"여당 편향적인 중대범죄수사청장 임명 우려".. 중대범죄수사청법 논란

이희경 2021. 2. 2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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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 세번째)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에 ‘공수처-검찰청-중대범죄수사청-경찰청’의 분립 체제가 수립되길 기원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글의 일부다. 조 전 장관은 현재 검찰이 보유하고 있는 경제, 부패 등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이 가지게 되면 검찰개혁의 최종 목표인 ‘수사와 기소 분리’가 이뤄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역시 페이스북에서 ‘속도조절론’에 수긍할 수 없다며 시급하게 중수청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법무장관들의 지원 속에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등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처럼회) 소속 16명도 23일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중수청의 빠른 설치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중수청 설치와 관련한 입법안을 분석한 결과 중수청은 정치적 중립성에 매우 취약한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수청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데다 중수청장후보추천위원회가 여당 성향으로 구성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법안의 전제가 되는 공소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보완수사 요청’, ‘영장청구권’에 그쳐 중수청 수사를 제어할 수 있는 실효적 사법통제 수단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국회 등에 따르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명의 의원들과 함께 지난 8일 ‘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황 의원은 검찰에 막강한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각종 권한남용과 부패비리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를 위해 검찰이 담당하는 6개 중대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를 전담하는 중수청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법안에는 중수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는 규정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과 여당 입맛에 맞는 중수청장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이 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중수청장은 중수청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가 추천한 2명 중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당연히 추천위는 견제와 균형 원리 속에 구성돼야 한다. 하지만 이 법안을 보면 추천위 7명은 법무부장관,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추천한 2명,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교섭단체가 추천한 2명으로 꾸려진다. 정부나 여당 몫이 최소 3명(법무장관, 여당 추천 2명)에 달하는 셈이다.

여기에 단서 조항으로 야당이 기한 내 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위원으로 위촉하는 규정까지 넣었다. 중수처장 추천에 있어서 야당의 비토권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여당이 선호하는 중수처장이 임명돼 정권 친화적인 수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중수청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차장과 수사관(수사 1급~4급)을 임명, 임용하도록 규정돼 수사관의 정치적 중립성도 보장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여당이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갖게 된 뒤 일방적으로 공수처법을 개정하면서 야당의 비토권이 없앴는데, 중수청법에서는 아예 비토권 없이 가겠다는 것”이라며 “여당 몫 2명에 법무부장관까지 (여당 측) 추천위원이 3명이 되는 상황에서 여당이 과반을 확보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중수청을 설치하겠다는 건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수청을 견제할 수 있는 실효적인 사법통제 수단도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중수청 설치법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공소청법’, ‘검찰청법 폐지법’의 의결을 전제로 한다. 공소청법 등을 보면 중수청장 등 수사기관의 견제 수단으로 ‘보완수사의 요청’이나 ‘영장청구권 행사’ 두 가지 정도만 제시됐다. 중수청의 초동 수사나 내사 단계에서 검찰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김종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용구 (법무부)차관 경우와 같이 초동 수사 단계나 내사단계에서 경찰이 장난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 또는 제한하려면 그에 상응하게 경찰이든 공수처든 중대범죄수사청이든 사법경찰에 대한 실효적인 수사지휘권과 통제권을 부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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