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인공은 백제 무령왕"

이기환 선임기자 2021. 2. 2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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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공주시 오늘 선포식

[경향신문]

인부의 삽날에 걸려 현현한 무령왕릉 전축분(전돌 혹은 벽돌 무덤). 도굴의 화를 입지 않은 채 발견되었다. 고분 주인이 무령왕임을 알려주는 명문 지석이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500년 전 만천하에 ‘갱위강국’ 알리고
50년 전 3000여점 유물과 함께 깨어난…

‘백제는 고구려를 여러 번 격파하고 다시 강한 나라가 되었다(累破句麗 更爲强國).’

<양서> ‘백제전’의 기록이다. 한성백제 시대(기원전 18~기원후 475)를 끝내고 공주로 천도한 백제가 무령왕 시대(재위 501~523)에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예전 국력을 되찾았다고 중국 양나라에 알렸다(521). 백제 중흥을 만천하에 고한 무령왕이 1450년 만에 현현했으니 그것이 바로 1971년 7월5일이다.

송산리 5호분과 6호분 사이에서 배수로 공사를 하던 중 인부의 삽날에 도굴의 화를 입지 않은 완전한 상태의 벽돌무덤(전축분)이 확인된 것이다. 무덤 안에서 발견된 석판에 이런 내용의 명문이 적혀 있었다. ‘영동대장군백제사(寧東大將軍百濟斯)’와 ‘마왕년62세계(麻王年六十二歲癸)’였다. 이어보니 ‘영동대장군 백제 사마왕년 62세계’라는 내용이었다. ‘사마왕’은 바로 ‘무령왕’을 가리킨다. 1450년의 긴 잠에서 깨어 우리 눈앞에 백제 제25대 무령왕이 환생하는 순간이었다.

고대사의 비밀을 담은 이 고분 발굴은 108종, 3000여점에 달하는 유물을 수습하면서 단 하룻밤 사이에 끝났다. 철야작업으로 내부조사를 일단 마쳤기에 큰 유물만 대충 수거하고, 나머지는 큰 삽으로 무덤 바닥에서 훑어내 자루에 쓸어 담았다. 여러 달, 아니 몇 년이 걸려서라도 사진 찍고, 실측하고, 연구하면서 조심스럽게 했어야 할 작업을 하룻밤 사이에 해치워버린 것이다.

당시 발굴단 막내로 참여한 조유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우리는, 발굴단은 심하게 말해 도굴꾼만도 못했다. 유물층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삽으로 긁어낸 것은 무엇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짓이었다”고 후회한다. 그러나 피장자가 밝혀진 고대 임금의 무덤은 무령왕릉이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이 발굴은 한국 고고학사에서 첫손가락에 꼽힐 수 있다. 무령왕이 “내가 무덤 주인공이오” 선언함으로써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모두 삼국시대를 편년하는 기준자료가 되었으니 말이다.

문화재청과 공주시는 25일 무령왕릉 발굴 50년과 백제 ‘갱위강국’ 1500년을 맞아 공주 웅진동 고마 컨벤션 홀에서 ‘무령왕의 해’ 선포식을 열고 연중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이날 선포식을 시작으로 송산리고분군 발굴조사 고유제(3월), 송산리고분군 발굴조사 현장설명회(4~8월), 무령왕릉 탄생제(7월), ‘송산리 고분군 최신 조사·연구 성과’ 국제학술대회(7월), ‘백제 고분 정비의 어제와 오늘’ 학술대회(8월), ‘무령왕릉 발굴 당시와 현재’ 사진전시회(7월) 등이 잇달아 열린다. 이어 미래세대(초등학생) 체험활동(7월), 무령왕릉 다큐멘터리 제작·방영(10월), 무령왕릉 동상 제작·설치(9월), 무령왕릉 발굴 기념도서 제작·배포(12월) 등도 한다.

문화재청은 송산리고분군을 비롯해 백제문화권 내 중요 핵심 유적인 부여 관북리유적, 부소산성, 능산리고분군과 익산 왕궁리유적에 대한 책임 있는 중장기 학술조사·연구를 국가 주도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백제왕궁(관북리유적, 부소산성, 왕궁리유적)과 왕릉(송산리고분군, 능산리고분군)을 체계적·단계별로 발굴조사할 것”이라며 “이들 조사에서 백제 왕궁의 실체와 변천과정, 활용방식 등을 규명하고 백제 왕릉의 구조와 능원제를 복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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