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못 만난 '햄릿' 고품질 영상으로 만나요

문학수 선임기자 2021. 2. 2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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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극장' 첫발 내딛는 국립극단

[경향신문]

국립극단이 25일부터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올해 새롭게 시작한 ‘온라인 극장’ 무대에 올린다. 원작에서 벗어나 “시대를 반영한 작품으로 거듭” 난 이번 <햄릿>에선 원작의 남성 역할인 햄릿을 여성 배우 이봉련이 연기한다. 국립극단 제공
올해 10억 예산 투입 영상화 사업
오늘부터 3일 동안 관객에게 첫선
가장 보고 싶은 2위 선정된 작품
여성 배우가 연기하는 햄릿 눈길

지난해 10월 명동예술극장 화재와 코로나19 상황으로 공연을 올리지 못했던 국립극단의 <햄릿>이 25일부터 27일까지 ‘온라인 극장’으로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다.

국립극단이 올해 새로운 사업으로 시작한 ‘온라인 극장’은 기존의 공연 영상화 작업에 비해 월등한 ‘코퀄리티 영상’을 지향한다. 공연 영상화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영국 국립극단의 ‘NT Live’를 “목표로 하겠다”는 것이 김광보 예술감독이 지난달 취임사에서 밝힌 의지다.

물론 막대한 제작비와 기술력·인력을 두루 갖춘 ‘NT Live’를 한달음에 따라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국 국립극단은 2009년 ‘NT Live’ 사업을 시작했다. 10여년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영상 콘텐츠 수준을 한 단계씩 끌어올려왔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국내 연극의 중심이랄 수 있는 국립극단이 ‘NT Live’의 수준을 의식하면서 온라인 극장의 첫발을 내디딘다고 볼 수 있다. 김광보 예술감독은 올해 온라인 극장 사업에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햄릿>은 2019년 국립극단이 실시한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 설문에서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작품이다. 지난해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으로 새롭게 제작했으나 안타깝게도 관객과 만나지 못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햄릿>에서 상당히 벗어나 “시대를 반영한 작품으로 거듭났다”는 것이 국립극단의 설명이다.

극작가 정진새가 원작을 각색하고 부새롬이 연출, 여신동이 무대 미술을 맡았다. 국립극단은 “정진새는 서양 고전 연극의 전형화된 말투와 어조를 벗겨냈으며, 젊은 관객들의 지지를 받는 부새롬이 특유의 농밀한 시선으로 솔직하고 직설적인 <햄릿>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신동 미술감독은 텅 빈 무대에 흙, 바람, 비를 흩뿌리며 운명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을 일깨운다”고 덧붙였다.

관객 입장에서는 ‘복수자 햄릿’을 맡은 배우 이봉련의 연기가 관람 포인트로 손꼽힌다. 원작에서 남성의 역할을 이번 공연에서는 여성 배우가 연기한다. 올해 40세인 이봉련은 연극은 물론이거니와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을 종횡무진하며 상종가를 달리는 배우로 손꼽힌다. 연출가 박근형이 이끄는 극단 ‘골목길’에서 연기력을 다진 그는 <청춘예찬> <만주전선>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 등 박근형의 주요작들에서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혜수, 드라마 <런 온>의 박매이와 <스위트홈>의 명숙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국립극단은 “이봉련의 과감하고 광기 어린 연기는 성별 이분법을 뛰어넘어 이야기의 본질과 인간 햄릿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극장으로 만나는 <햄릿>은 25일부터 3일간 총 4회로 편성됐다. 관객은 취향에 따라 ‘단일 시점’과 ‘다중 시점’ 중 선택이 가능하다. 단일 시점은 관객이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봤을 때의 시점이다. 카메라 이동 없이 무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반면 다중 시점은 여러 위치에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한 버전이다. 인물과 무대 곳곳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추며, 배우들의 세밀한 표정을 클로즈업한다. 국립극단 홈페이지 예약은 공연 전일 오후 5시, 콜센터 예약은 공연 당일 3시간 전까지 할 수 있다. 무료 예약과 소정의 후원료가 모두 가능하다. 국립극단은 이어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로드킬 인 더 씨어터> 등을 온라인 극장으로 선보인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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