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가본적 없는 어미 고향으로, 푸른바다거북의 3847km 항해기
'유전자에 귀향본능?' 미스터리
회귀성 동물은 유전자에 고향이 각인돼 있는 것일까. 인공 증식으로 태어난 네 살짜리 푸른바다거북 한 마리가 지난해 제주 중문해변에서 방류됐는데, 90일 만에 3847㎞를 헤엄쳐 베트남 동쪽 해역에 정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거북은 베트남 인근에서 포획된 어미가 국내에서 수컷과 짝짓기해 태어났다. 멸종 위기종인 푸른바다거북의 주요 산란지는 베트남 등 동남아 인근이다. 아예 있어본 적이 없는 엄마의 고향을 찾아 1만리가량을 헤엄쳐 돌아간 것이다.
2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KOR0139’로 명명된 이 거북은 2017년 여수의 수족관(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태어났다. 등껍데기 길이가 45㎝ 정도인 이 거북은 작년 9월 11일 인공위성 위치추적기를 등껍데기에 붙인 채 방류됐다. ‘KOR0139’는 한국에서 방류된 139번째 바다거북이라는 뜻이다. 0139는 쿠로시오 해류를 거슬러 남쪽 바다를 향해 헤엄쳐 베트남 해역에 머물러 있다. 해양 당국은 개체 수 회복을 위해 거북을 방류해 왔고, 생태를 추적하기 위해 지난해 이 중 3마리에게 위치추적기를 부착했다. 0139를 제외한 한 마리는 아직 중국 연해를 헤엄쳐 다니고 있고, 한 마리의 추적기는 발신을 멈췄다.
수명이 80~100년 정도인 푸른바다거북은 먼바다에서 30년 정도 서식하다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찾아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거북뿐 아니라 모천(母川)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간 뒤 산란기가 되면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회귀성 어류들도 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지역에서 인공 증식으로 태어난 0139가 어떻게 어머니의 고향을 찾아갈 수 있었는지는 미스터리다.
김일훈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박사는 “거북은 원래 자신이 태어난 해변의 물 냄새나 지구 자기장을 기억해 찾아간다는 학설이 있었지만 인공 증식된 거북이 고향을 찾아갔다는 점이 특이하다”며 “자신에게 적정한 수온(水溫)을 찾아갔을 수도 있고, 부모에게 물려받은 본능이 뇌에 박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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