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가본적 없는 어미 고향으로, 푸른바다거북의 3847km 항해기

김정훈 기자 2021. 2. 2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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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수족관서 인공증식 출생, 제주서 방류돼 베트남에 정착
'유전자에 귀향본능?' 미스터리
작년 9월 제주도 중문해수욕장에서 푸른바다거북들이 바다를 향하고 있다. 이날 방류된 푸른바다거북 ‘KOR0139’는 90일 동안 3800km가 넘는 거리를 헤엄쳐 베트남 동쪽 해역에 정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수산부

회귀성 동물은 유전자에 고향이 각인돼 있는 것일까. 인공 증식으로 태어난 네 살짜리 푸른바다거북 한 마리가 지난해 제주 중문해변에서 방류됐는데, 90일 만에 3847㎞를 헤엄쳐 베트남 동쪽 해역에 정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거북은 베트남 인근에서 포획된 어미가 국내에서 수컷과 짝짓기해 태어났다. 멸종 위기종인 푸른바다거북의 주요 산란지는 베트남 등 동남아 인근이다. 아예 있어본 적이 없는 엄마의 고향을 찾아 1만리가량을 헤엄쳐 돌아간 것이다.

2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KOR0139’로 명명된 이 거북은 2017년 여수의 수족관(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태어났다. 등껍데기 길이가 45㎝ 정도인 이 거북은 작년 9월 11일 인공위성 위치추적기를 등껍데기에 붙인 채 방류됐다. ‘KOR0139’는 한국에서 방류된 139번째 바다거북이라는 뜻이다. 0139는 쿠로시오 해류를 거슬러 남쪽 바다를 향해 헤엄쳐 베트남 해역에 머물러 있다. 해양 당국은 개체 수 회복을 위해 거북을 방류해 왔고, 생태를 추적하기 위해 지난해 이 중 3마리에게 위치추적기를 부착했다. 0139를 제외한 한 마리는 아직 중국 연해를 헤엄쳐 다니고 있고, 한 마리의 추적기는 발신을 멈췄다.

수명이 80~100년 정도인 푸른바다거북은 먼바다에서 30년 정도 서식하다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찾아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거북뿐 아니라 모천(母川)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간 뒤 산란기가 되면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회귀성 어류들도 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지역에서 인공 증식으로 태어난 0139가 어떻게 어머니의 고향을 찾아갈 수 있었는지는 미스터리다.

김일훈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박사는 “거북은 원래 자신이 태어난 해변의 물 냄새나 지구 자기장을 기억해 찾아간다는 학설이 있었지만 인공 증식된 거북이 고향을 찾아갔다는 점이 특이하다”며 “자신에게 적정한 수온(水溫)을 찾아갔을 수도 있고, 부모에게 물려받은 본능이 뇌에 박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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