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은 수용해도 회장 징계는 수용 못 해"..지배구조 모순 증폭

서영민 2021. 2. 2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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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은행은 가중처벌을 당한 셈인데 소비자 배상에 나름 적극적입니다.

그렇게 해야 연계된 또 다른 처벌, 그러니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손 회장의 징계수위가 좀 낮아진다고 해도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 문제는 서영민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우리은행 측은 앞선 DLF 사태 때도 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 조치에 불복했습니다.

관리책임을 물어 손태승 회장에 '문책경고'를 내리자 곧바로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습니다.

중징계를 받아들이면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돼, 연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이후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이자, 국제투자자문사 ISS는 '감독자로서의 자격에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연임 반대 권고를 했고, 국민연금도 반대표를 던졌지만 연임엔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김득의/금융정의연대 대표 : "오너와 같은 권력을 누리면서, 법과 원칙을 이용해서 재판은 길게 끌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연임, 3연임에 나서고 있는거죠."]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손 회장에게 사전통보된 징계수위가 DLF 사태 때보다 높은 '직무정지'인 만큼, 소송으로 가지 않으면 당장 '사퇴 압력'이 가시화될 수 있습니다.

지주 회장 징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마찬가집니다.

신한지주도 채용비리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된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밀어붙였고, KB지주 윤종규 회장은 종손녀 채용비리 의혹에도 3연임에 성공했습니다.

김정태 하나지주 회장은 오늘 회장 단수후보로 추천돼 사실상 4연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이 견제와 감시의 사각지대라는 비판이 제기되는데, 감시 기능을 해야 할 금융지주 이사회는 최근 3년간 논의된 3천 건이 넘는 안건 가운데 97%를 원안대로 통과시켰습니다.

[김남근/변호사 : "문제 있는 금융기관의 임원들이 셀프연임을 하는, 내부적인 통제시스템을 통해서는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금융기관 내부에 사실상 없는 상태입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라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우리와 신한, 하나금융의 경영진을 또다시 징계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효적인 처벌은 어려울 거란 관측이 우세한 이유입니다.

KBS 뉴스 서영민입니다.

촬영기자:김연태/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고석훈

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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