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권리, 내 출발인데 왜 감사선물 해야 하죠?
[경향신문]
휴직·입사 초 선물 관행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축시키는 분위기 깔려
“출산휴가 전 팀원들에게 선물을 하려 하는데 뭐가 좋을까요?” “1년 육아휴직 하고 곧 복귀하는데 떡이라도 돌려야 하나요?”
24일 인터넷상에서는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쓰는 사람들의 ‘답례품’ 고민이 이어졌다. 답례품 전달은 휴직을 전후해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간소한 선물을 준비하는 일종의 관행이다. 떡과 같은 간단한 먹을거리부터 양말, 텀블러 등 생활용품까지 대상 품목도 다양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키워드로 검색하면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붙은 선물 인증 사진만 수천건 나온다. 여성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적당한 선물을 추천해달라’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답례품 관행은 휴직이나 휴가를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함을 방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휴직자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명백히 회사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일인데도 휴직자 개인의 탓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A씨(34)는 “휴직기간 대체인력을 뽑아주지 않는 곳은 휴직자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직장인 B씨(32)도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민폐로 여기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증거”라며 “하고 싶지 않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더라도 다들 한다면 분위기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터에 선물을 돌려야 하는 상황은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존재한다. 대형병원에서 4년 동안 근무한 간호사 C씨(30)는 입사 초기 여러 이유로 동료들에게 식사를 대접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프리셉티 기간(신규 간호사가 입사 후 선배로부터 업무 교육을 받는 기간)이 끝난 뒤 그동안 감사했다는 의미로 ‘독립 턱’을 냈다. 처음 야간 근무를 한 날에는 ‘나이트 턱’을 내야 했다”면서 “신규 직원이라면 누구나 했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내긴 했지만 돌아보면 이상한 문화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무원 사회의 ‘시보 떡’ 관행도 도마에 올랐다. 시보 떡이란 공직에 임용된 신규 공무원들이 6개월의 시보 기간을 마치고 정식 임용되면서 소속 부서 선배 공무원들에게 간식을 돌리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 두고 사회 초년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악습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팔을 걷고 나섰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시보 떡은 조직 내 경직된 관행”이라며 “새로운 출발이 기쁨과 응원이 아닌 부담과 상처가 된다면 이는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의 경우 신입 공무원이 배치된 부서에 직원 개인이 아닌 지자체 차원에서 다과를 지급하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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