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장 앞둔 쿠팡, 라이더들 단체교섭 받아들여

정대연 기자 2021. 2. 2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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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기사와는 분리 교섭
현안 협의 과정은 난항 예상

[경향신문]

쿠팡이 음식배달 중개 플랫폼 ‘쿠팡이츠’ 라이더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받아들였다.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단체교섭을 거부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라이더유니온 등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본사와 광역센터 4곳에 ‘교섭요구사실 공고문’을 게시했다. 라이더유니온이 단체교섭 요구를 해왔다며 교섭을 원하는 다른 노조는 다음달 1일까지 노조 명칭과 대표자 성명, 사무실 소재지, 조합원 수 등을 서면으로 기재해 제출해달라는 내용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앞서 안전배달료 도입, 과도한 장거리배달·평점제도 개선, 시간제 보험 도입 등을 논의하자며 쿠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쿠팡이츠 라이더가 속한 라이더유니온은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에서 노조설립신고필증을 받은 법내 노조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20만명에 이르는 쿠팡이츠 라이더들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로 일하고 있다”며 “단체교섭을 통해 상식적인 수준의 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노동자인 라이더들의 교섭 요구를 쿠팡이 수용한 것을 노동계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대리운전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신들은 사용자가 아니라며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는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이영주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위원은 “쿠팡은 미국 증시 상장 건이 있어서 무작정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며 “비전속적으로 일감을 얻는(크라우드소싱) 쿠팡이츠 라이더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교섭 과정은 난관이 예상된다. 쿠팡은 직접고용한 배송기사(쿠친)로 구성된 노조와 2018년부터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지금까지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배송물량, 휴게시간 등 쟁점에서 노사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쿠팡은 전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유로 배송기사노조에 교섭중단을 통보했다. 배송기사노조와 라이더유니온 모두 “각각 이해관계가 다르다”며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할 예정이다.

쿠팡이 라이더들이 방문할 일이 없는 본사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것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를 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쿠팡 관계자는 “노조법에 따라 단체교섭에 응하고 창구단일화를 공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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