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푼 9980兆의 역습..금리상승에 덜미 잡힌 중앙은행들
시장금리·기대인플레 상승에 통화부양 유지 시험대
파월 "금리상승, 경기 기대감 표현"..他국가는 부담
ECB·BOJ 자산매입 확대..호주·한국 등도 시장 눈치
신흥국에겐 통화가치 하락 및 대외자본 유출 우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마구 풀어낸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유동성으로 인해 각 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오히려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이후 무려 9조달러(원화 약 9980조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공급하고도 경제를 침체(리세션)에서 탈출시키지 못한 중앙은행들은 통화부양 기조를 이어가야 하지만, 시장 내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고 시장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전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의회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뛰고 있는 시장금리를 두고 “이는 경제 전망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인플레이션 위협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경기 회복세가 더디게 나타나는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파월 의장과 같은 자신감을 보이지 못한 채 방어적인 시장 대응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22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우리는 시장금리 상승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해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할 뿐이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 안정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채권 발행이 늘어나 금리가 상승하면 국고채 매입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호주 중앙은행도 “시장금리를 목표 수준에서 안정시키기 위해 자산매입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고,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경제 전망이 개선되더라도 통화부양을 더 오랫동안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각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 금리는 기업과 가계가 조달한 여러 대출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탓에 이 금리가 뛸 경우 실물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낮은 금리를 유지함으로써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중앙은행들에게는 큰 위협인 셈이다.
에던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경제리서치 대표는 “미국 채권시장이 전 세계 채권금리를 동시에 밀어 올리고 있으며 특히 일부 시장에서는 에상보다 더 빠르게 금리가 뛰고 있다”면서 “미국 이외의 국가라면 이 같은 미국발(發) 금리 상승이 더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경기 회복 기대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경제활동 정상화, 추가 재정부양책 합의 기대 등으로 인해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올 들어서만 이미 40bp(0.40%포인트) 이상 오르고 있다. JP모건도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2%에서 6.2%로 높여 잡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다른 국가 국채 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다. 전 세계 투자적격등급 국채와 회사채 금리를 평균한 블룸버그-바클레이즈 글로벌 총금리지수는 올 들어서만 이미 20bp 올랐다. 이 지수는 작년에 62bp 하락한 바 있다.
이 같은 미국 금리 상승은 유럽과 일본, 영국 등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커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기보다 경제 성장을 부추기는데 더 집중해야 하는 중앙은행들에게는 그 위협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중에서는 유로존이 느끼는 불편함은 더 크다. ECB는 “코로나19 위기가 끝날 때까지 우호적인 금융여건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지만, 경기 회복 둔화에 이미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10년만기 독일 국채 금리는 작년 11월에 -0.6% 정도였는데 현재 -0.3%까지 올라왔다. 동일 만기 프랑스 국채 금리도 석 달여 만에 -0.3%에서 0%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에 ECB는 팬데믹 긴급자산매입 프로그램(PPP)을 통해 자산매입 규모를 더 늘려야할 상황에 처했다. 그게 아니라면 현재 기준금리를 더 오랫동안 올리지 않겠다는 추가적인 포워드 가이던스를 줘야 한다. 닉 쿠니스 ABN암로 금융시장리서치 대표는 “ECB는 시장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더 갖고 있긴 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에도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0.12%까지 뛰면서 지난 2018년 11월 이후 근 2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에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일본은행(BOJ)이 다음달 통화정책회의에서 10년물 목표금리를 더 확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아울러 국채 금리 상승은 신흥국들에게도 자국 통화 가치의 변동성을 키우고 대외자본이 유출될 수 있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의 중앙은행은 올해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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