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상 절차대로 문 대통령이 검찰 인사 발표 전 승인"

유영민 비서실장, 국회 운영위서 '신현수 사태' 해명

[경향신문]

주먹 인사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이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신 수석 패싱설엔 “추측 불과”
사의 수용 가능성 언급하기도
“또 이렇게 돼 국민들께 송구”

여 “야, 정치 공세” 적극 엄호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파동은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업무보고에서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인사 결재 시점 등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집중 제기한 ‘대통령 패싱’ ‘민정수석 패싱’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신 수석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사의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 실장은 신 수석의 사의 파동 전반에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유 실장은 지난 7일 검사장급 인사가 발표된 이후 문 대통령의 전자결재가 이뤄진 것에 대해 “통상적인 절차”라고 강조했다. 유 실장은 “(문 대통령이) 발표 전에 승인을 하셨다”면서 “승인이 끝나고 나면 발표를 한다. 그 뒤에 전자결재를 하게 돼 있다”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문 대통령까지 ‘패싱’하고 검찰 인사를 감행한 탓에 사후 결재가 된 것 아니냐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사전에 협의가 됐고, 사후 결재는 통상적인 관례’라고 맞선 것이다. 발표 전 누가 대통령 승인을 받았느냐에 대해서는 “대통령 통치행위”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분명하게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유 실장은 사의 파동 과정에 대해 “신 수석이 수차례 구두로 사의를 표명했고, 휴가(18일) 전날 문서로 사표를 냈다”면서 “인사 마지막 단계에서 신 수석은 협의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박 장관은 이 정도면 협의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사이 신 수석이 리더십이라든가 동력이라든가에서 상당히 상처를 받은 것이 사의로 표명됐다”고 설명했다. 유 실장은 “개인적으로 간곡히 사의를 만류했고, 대통령께 (사표를 수리하면 안 된다고) 말씀도 드렸다”며 “‘리더십을 회복시켜줄게, 뭘 해드리면 되느냐’ 이런 대화도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법무부와 검찰 (갈등으로) 국민께 피로를 드린 데 이어 또 이렇게 돼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박 장관이 신 수석을 ‘패싱’했다는 보도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부인했다.

유 실장은 신 수석 거취에 대해 “신 수석이 모든 것을 대통령께 일임했으니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일이라는 것은 돌아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께서도 고민을 하고 결심을 하시리라 생각한다”면서 “(신 수석 사표가) 수리될 수도 있다.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사의를 최종 수용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 결재 시점 문제를 추궁하며 회의 내내 ‘대통령 패싱’ 의혹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의 신 수석 거취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데 대해 김성원 의원은 “대통령께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계신 것이냐”고 비판했다. 조수진 의원은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김영한 민정수석의 ‘항명’ 파동에 대해 “국가기강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했던 문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며 “국가기강을 쑥대밭으로 만든 민정수석은 경질해야지 왜 만류하느냐”고 공격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비판을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은 ‘사후 결재’ 비판에 대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검사장 인사 발표 이후 대통령 재가가 나왔다”면서 “논란이 될 것을 가지고 논란을 벌여야 한다”고 맞섰다. 김용민 의원은 “민정수석이 인사권자도 아닌데 문제가 아닌 걸 문제로 만들면서 분란을 조장하려는 의도”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갈등 중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다른 데 보내려고 했던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 그런 불만을 이상하게 우회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