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아빠와 지구 반 바퀴 - 김혜리 글·이량덕 그림 [이태겸의 내 인생의 책 ④]

이태겸 영화감독 2021. 2.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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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게 장편동화를 권한다

[경향신문]

책 표지에 독자대상이 초등 3~5학년으로 돼있는데 나는 왜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걸까. 뿐만인가. 장편동화 <빨강연필>과 <책과 노니는 집>은 또 얼마나 마음을 끌었던지. 한창 동화책을 읽을 때 특히 장편동화를 보면서 한국에서는 천재만이 장편동화를 쓰는지,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감동과 재미,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거머쥔 작품들이었으니까. 타락한 자가 구원받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책을 읽었을 뿐인데 마음이 맑아지는 묘한 느낌. (마음이 맑아졌다는 건 아니다)

사는 게 힘들어도 우리는 심심할 때가 있다.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장편동화는 잘 읽지 않는다. 어린이가 읽는 책이니까. 성인용 동화가 아닌, 그냥 동화. 그런데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콘텐츠보다 재미있고 감동적일 거라고.

그렇다고 장편동화를 꼭 많이 본다는 건 아니다. 한창 보던 두어 번의 경험이 준 마음상태를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점에서 별생각 없이 책장을 넘겼는데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건 사자. 장편동화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이든 쌓아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 넘기거나 버린다. 그래도 책장에 장편동화 몇 권은 남아있다.

<버럭아빠와 지구 반바퀴>에서 초등생 우진이는 새 친구 석주를 만난다. 석주는 뇌성마비 장애가 있다. 선입관이 있던 우진이지만 여행과정에서 자신이 갖지 못한 성격과 인격을 석주를 보며 자연스레 알게 되고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깨달음은 우리가 타인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교훈, 주제를 강조한다기보다 장편동화는 서점에서 파는 우리 내면의 산소에 가깝다는 것. 마시면 기분이 좋고 건강해지는 것처럼.

가끔 내 마음이 맑아졌다고 착각하고 싶다면 장편동화를 읽어보자.

이태겸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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