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천정비도 이렇게 안 한다"면서 통과시킨 가덕도특별법

2021. 2. 24. 20: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물론 사전타당성 조사까지 사실상 생략할 수 있도록 한 이 법안의 비공개 심의에 참여한 국토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난색을 표명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부처들도 부정적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법사위, 26일 본회의 처리가 예고됐지만 그대로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증거들이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국토위 여야 의원들은 지난 17일 법안심사 소위에서 탄식을 쏟아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동네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한다”고 했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은 “아무리 급해도 어떻게 이런 졸속한 법이 나왔느냐”고 했다. 소위에 참석한 여야 의원 9명 중 다른 소리를 한 의원은 없었다고 한다. 정부부처들이 제기한 문제들도 하나같이 심상치 않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여러 대안 검토를 거쳐 입지를 정한 뒤 특별법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이 법이 가덕도로 입지를 찍고 특별법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특혜를 몰아주면서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기존의 김해신공항 확장 사업에 대한 처리방안을 먼저 결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법무부 또한 적법 절차와 평등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여당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부처들이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은 특별법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를 입증한다. 오죽하면 국토부 보고서가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고, 성실 의무 위반 우려도 있다”고 했을까.

가덕도신공항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이미 결론난 사안이다. 그런데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여야가 절차를 무시하고 가덕도신공항을 밀어붙이고 있다. 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압박에 소신을 버렸다. 국가의 대계를 생각하는 정치인의 바른 태도가 아닌 데다 표리부동하다. 아무리 선거가 중요해도 대규모 국책사업을 이런 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 절차는 갖추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이 모델로 삼는 인천국제공항은 과거 4차례의 타당성 조사 끝에 영종도를 입지로 확정하고 이듬해 관련법을 제정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선거용 매표입법”이라며 입법 중단을 요구했다. 이 법이 법사위·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