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가방까지 파는 샤오미 '만물상 전략'.. 무시무시한 속내는

박건형 기자 2021. 2. 2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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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가방부터 청소기·TV까지
'만물상 전략'으로 저가 제품 팔아
대륙의 만물상으로 불리는 샤오미의 다양한 제품들. 1드론 2TV 3여행 캐리어 4백팩 5무선청소기 6로봇청소기 7냉장고 8스마트폰 9펜 10웹캠. 대부분의 기기가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갖추고 있다. /샤오미

전기 주전자, 전기난로, 블루투스 스피커, 면도기, 전동 칫솔, 냉장고, 와인 냉장고, 전동 킥보드, 공기청정기, 전기 펌프, 무선 청소기, 프로젝터, 노트북, 드론, 체중계, 탁상 램프, 전구, TV, 모니터.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 제품들을 모두 만드는 회사가 있다. 심지어 볼펜, 가방처럼 전자 제품이 아닌 상품도 만들어 팔고 앞으로 자동차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주력 상품은 스마트폰이다. 중국산인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지나치게 좋다는 이유로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중국 샤오미 얘기다. 샤오미는 왜 이렇게 많은 제품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일까. 영국 IT 전문 와이어드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샤오미는 ‘저가 시장의 선도자’를 자처하며 ‘완벽하지 않은 제품까지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자사의 ‘미(Mi)’ 브랜드 제품으로 생태계를 형성해 사용자들을 묶어놓는(록인·lock-in) 것이 샤오미의 속내”라고 보도했다.

◇샤오미의 만물상 전략

만물상(萬物商)처럼 상품을 팔며 사용자들의 생활에 다각도로 스며드는 샤오미의 방식은 뚜렷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핏비트, 애플워치, 갤럭시워치 등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스마트밴드 사이에서 샤오미는 2만~4만원대에 불과한 ‘미 밴드’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고가 스마트밴드의 효용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이 정도 가격에 한번 써보라’고 유혹한 것이다. 지난해 영국 등 유럽 스마트밴드 시장에서 샤오미의 시장점유율은 10%가 넘었고, 중국에서는 22%에 달했다. 각종 가전제품도 마찬가지이다. 다이슨이나 삼성전자·LG전자가 100만원에 이르는 고가 무선 청소기 열풍을 일으키자 10만~30만원대의 ‘드리미’를 내놓았고 공기청정기는 10만원대, 중형 냉장고도 30만원대다. 가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이 경쟁사들의 절반도 되지 않다 보니, 품질이 다소 떨어져도 사람들의 불만이 높지 않다”면서 “타사 제품 1대 가격이면 샤오미 신제품 여러 대를 바꿔가며 쓸 수 있다며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샤오미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샤오미라는 브랜드 자체에 호의적이 된다. 수많은 샤오미 제품이 브랜드 광고판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지난해 글로벌 브랜드 평가 업체 ‘BrandZ’ 순위에서 IT 분야 19위로 미국 ‘델’ 바로 밑에 자리했다. 전체 브랜드 중에서는 KFC, 우버, 씨티그룹, 아디다스를 제칠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다.

샤오미의 주력인 스마트폰도 미·중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의 빈자리를 빠른 속도로 꿰차며 급성장하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31% 급증한 4333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치우며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3위 업체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 IT 업계에서는 샤오미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샤오미 제품 대부분은 IoT(사물인터넷) 기능이 있어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원격 작동이 가능하다. ‘미유아이(MIUI)’로 불리는 샤오미의 스마트폰·IoT 운영 시스템에 수많은 제품을 연결하면서 사용자를 완벽하게 가둬버리는 것이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샤오미 제품을 많이 쓰면 쓸수록 느끼는 편리함의 강도가 높아지게 돼 있는 구조”라며 “샤오미가 수많은 저가 제품을 쏟아낸 이유”라고 말했다.

◇아마존·삼성전자도 생태계에 올인

자사 제품군을 연결해 충성 고객을 만드는 ‘생태계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샤오미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IoT 기술인 ‘스마트싱스’를 냉장고, 세탁기를 비롯해 출시하는 모든 제품에 탑재하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나 스마트 TV를 통해 제품을 가동하거나 멈추고 예약 작동도 가능하다. 구글도 인공지능(AI) 스피커인 ‘구글 홈’을 중심으로 수면 측정기, 무드등, 오디오, TV 등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아마존은 ‘열린 생태계’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사 AI 비서인 ‘알렉사’를 탑재한 AI 스피커 ‘에코’ 시리즈를 내놓는 것은 물론 IT·자동차·주방 업체들도 알렉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 세계적으로 알렉사가 탑재된 기기는 1억5000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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