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페이스북·구글 수요 열린다..삼성 반도체 초격차 재시동
삼성전자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테크업체의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 회복에 맞춰 초격차 전략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한때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가 복덩이로 부활한 낸드플래시 기반 SSD(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를 발판으로 미래 먹거리 시장 선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4일 OCP(Open Compute Project)의 규격을 만족하는 데이터센터 전용 고성능 SSD 'PM9A3 E1.S'를 양산, 페이스북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OCP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이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표준을 정립하는 기구다.
연속쓰기 속도가 1초당 3000MB(메가바이트)로 이전 세대인 5세대 V낸드 기반 제품보다 약 2배 향상됐다. 임의읽기 속도(750K IOPS)와 임의쓰기 속도(160K IOPS)도 각각 40%, 150% 향상됐다.
정보를 다루는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보안 기능도 강화됐다. 데이터 암호화 같은 기본적인 보안 기능뿐 아니라 보안이 취약한 하위 버전의 펌웨어가 다운로드되지 못하도록 막는 안티롤백 기능과 내부 전자서명을 부팅 과정에서 점검해 정상적으로 인식되는 경우에만 부팅이 되도록 하는 보안 부팅 기능도 갖췄다.
업계에서는 전력효율 개선에 주목한다. 이전 세대 제품보다 전력효율이 50%가량 개선됐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며 24시간 서버를 가동하고 뜨거워진 서버를 식히는 데 막대한 전기가 쓰는 데이터센터 전용으로 맞춤형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전세계 서버용으로 출하된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모두 이번 신제품으로 대체하면 1년 동안 절감할 수 있는 전력량이 1484GWh에 이른다"며 "전력사용량이 많았던 지난해 여름 8월 한달 동안의 서울시 주택용 소비 전력량(1412GWh)을 넘어서는 수치"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세계 데이터 사용 총량은 2016년 약 16ZB(제타바이트, 1ZB=1조GB)에서 2025년 163ZB로 10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도 2017년 1549억달러(약 189조원)에서 2020년 2062억달러, 2022년 2519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10%가 넘는다.
현재 전세계에 570곳 정도의 하이퍼스케일(초대형, 면적 2만000㎡ 이상) 데이터센터가 운영중이다. 이런 초대형 데이터센터 1곳에는 서버가 최소 10만대 이상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실적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오히려 개선된 게 이런 서버용 반도체 수요 증가 때문이다. 2018년 하반기부터 암흑기에 접어들었던 낸드플래시 시장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상황과 맞물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기업용 SSD 시장은 지난해 177억달러(약 19조6000억원)에서 2023년 260억달러(약 28조8000억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박철민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 상무는 "앞으로 OCP에 참여한 고객사들과 협력해 데이터센터용 SSD 표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 스텐포드 페이스북 OCP SSD 총괄은 "삼성전자의 이번 신제품이 대규모 확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환경에 적합한 SSD 요구 사양을 충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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