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M] 너도나도 '출렁다리'..길이 경쟁에 '재정·안전'은 뒷전

입력 2021. 2. 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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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산과 강, 호수 등 전국 곳곳 경치가 좋은 곳에는 앞다퉈 출렁다리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자체들이 더 길게, 더 높이 경쟁하듯 출렁다리를 만들고 있어 문제점도 적지 않습니다. 포커스M, 김영현, 윤길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2년 전 개통한 충남 예당호 출렁다리입니다.

폭 1.8미터, 길이 402미터로 국내에서 가장 깁니다.

▶ 스탠딩 : 김영현 / 기자 - "이렇게 출렁다리를 건너다보면 예당호를 바라보면서 스릴까지 만끽할 수 있어 개통 이후 4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 인터뷰 : 김두성 / 충남 금산군 - "바람도 시원하고 물도 좋고, 소나무 코스가 있다 보니까 가족 단위로 오기는 참 좋은 거 같습니다."

다리 입구에는 '가장 길고 높은'이란 인증서가 붙었지만, 곧 떼어내야 합니다.

다음 달 600미터 길이의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가 개통되는 데다 경북 안동에서 750미터 출렁다리 건립이 추진되기 때문입니다.

출렁다리 규모 경쟁에 앞서 만든 '전작'들은 애물단지가 되기 일쑤입니다.

10년이 넘은 충남 청양 천장호 출렁다리.

한때 연간 10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10분의 1로 그 수가 줄었습니다.

인근 식당들은 된서리 맞았습니다.

▶ 인터뷰 : 인근 식당 주인 - "외곽도로가 나면서 힘들었거든 그러다가 예당호 (출렁다리)가 생기니까 다 관광버스가 그쪽으로 가잖아요. 또 코로나 때문에…."

관광객 유치의 꿈을 안고 문을 여는 출렁다리, 반대로 뒤안길로 밀린 출렁다리.

그 경쟁 속에는 다른 문젯거리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170여 곳에 크고 작은 출렁다리가 있습니다.

100곳 이상은 2010년 이후 쏟아져 나왔습니다.

2016년 문을 연 경기도 파주 감악산, 이 출렁다리는 길이 150미터로, 당시 산악 다리 중에는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하지만, '최장 인증'은 1년 4개월 만에 사라졌습니다.

▶ 스탠딩 : 윤길환 / 기자 - "200미터 길이로 파주를 제치고 국내 산악 출렁다리 중 가장 길이가 길었던 강원도 원주의 소금산 출렁다리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전북 순창 채계산에 270미터 출렁다리가 들어서면서 순위가 밀려났는데요.이에 질세라 원주시는 120억 원을 들여 400미터 길이의 유리다리와 고공 전망대 등을 추가로 만들기로 하고 이렇게 공사가 한창입니다."

지자체들이 출렁다리 경쟁에 쏟아 붓는 돈은 수백억 원 단위.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 인터뷰 : 이찬규 / 강원 철원군 - "(큰돈 들여서) 이 지역, 저 지역 다 만들면 출렁다리가 흔해지니까 재미가 없어지지 않나…."

출렁다리는 지자체 재량으로 만들다 보니 설계와 유지관리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감사원이 100미터 이상 출렁다리 20여 곳을 살펴보니 곳곳에서 안전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출렁다리를 안전시설물로 지정해 점검을 의무화하자는 건데, 애초 세운 목표에 절반만 지정된 상황입니다.

▶ 인터뷰(☎) : 행정안전부 관계자 - "지정하면 바로 의무점검을 해야 해요. (지자체) 예산 확보가 안 돼 있으니까, 그런 상황도 있고요. 준공된 지 얼마 안 돼 지정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는 곳도….)"

흔들림으로 웃음과 스릴을 주는 출렁다리.

혈세 낭비에 재정이, 규모 경쟁에 안전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 명심해야 합니다.

포커스M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조영민·박인학 기자 영상편집 : 이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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