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치오 대파' 바이에른, 위기의 순간 신성이 등장하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1. 2. 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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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에른, 라치오전 4-1 대승
▲ 바이에른, 이전 2경기 1무 1패
▲ 무시알라, 첫 챔피언스 리그 풀타임 소화하며 뮐러 자리 대체
▲ 무시알라, 잉글랜드 국적 역대 최연소 챔피언스 리그 골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바이에른 뮌헨이 라치오와의 경기에서 신예 공격형 미드필더 자말 무시알라와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니클라스 쥘레 같은 선수들의 깜짝 활약에 힘입어 4-1 대승을 거두며 최근 2경기 연속 무승(1무 1패)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디펜딩 챔피언 바이에른이 올림피코 원정에서 열린 2020/21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서 라치오를 4-1로 대파했다. 이와 함께 바이에른은 8강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사실 바이에른은 이 경기를 앞두고 잠시나마 침체기에 빠진 상태였다. 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고 카타르에서 독일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치른 분데스리가 21라운드에서 승격팀이자 강등권 팀(16위)이기도 한 아르미니아 빌레펠트에게 3-3 무승부에 그치며 발목을 잡혔다. 이어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22라운드에서 1-2로 패하며 2경기 연속 승수를 챙기지 못한 바이에른이다. 바이에른이 주춤한 틈을 타 황희찬의 소속팀 RB 라이프치히가 4연승 행진을 달리면서 승점 2점 차 추격에 성공했다(바이에른 승점 49점, 라이프치히 47점).

최근 바이에른 부진의 원인은 빡빡한 일정 소화에 의한 컨디션 난조에 기인하고 있다. 지난 시즌 코로나19 여파로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일정이 8월 한 달 동안 몰아서 진행됐다. 바이에른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경기를 소화해야 했다. 이에 더해 곧바로 9월에 새 시즌이 시작하면서 바이에른은 휴식할 여유가 없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바이에른은 분데스리가와 포칼 우승 자격으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DFL 슈퍼컵을 치렀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 자격으로 세비야와의 UEFA 슈퍼 컵에 더해 FIFA 클럽 월드컵에도 참가해 알 아흘리와 북중미 챔피언 티그레스를 연달아 상대해야 했다. 이 덕에 바이에른은 2009년 바르셀로나에 이어 축구 역사상 2번째로 6관왕을 달성한 구단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문제는 영광의 순간만큼이나 선수들의 체력 문제도 크게 다가왔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주축 선수들이 자주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오르낼린 것. 이로 인해 바이에른은 한 동안은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로 요슈아 키미히 단 한 명만을 배치한 채 공격형 미드필더만 4명을 포진시키는 공격적인 전술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쓸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 바이에른 선수들 중 부상자 명단에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선수는 마누엘 노이어와 부나 사르, 에릭 막심 추포-모팅, 그리고 무시알라 4명이 전부이다. 노이어는 골키퍼이고, 다른 선수들은 모두 백업이다. 이번 시즌 내내 바이에른이 부상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시기가 단 한 번도 없었을 정도다.

최근 부진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바이에른의 상징 토마스 뮐러와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 벤자맹 파바르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자가격리된 데다가 주전 측면 공격수 세르지 그나브리와 백업 측면 공격수 더글라스 코스타, 백업 미드필더 코랑텡 톨리소, 백업 골키퍼 알렉산더 뉘벨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

바이에른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독일 대표팀 측면 공격수 르로이 사네를 필두로 코스타와 사르, 추포-모팅, 그리고 마르크 로카를 영입하며 대대적으로 백업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 중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르는 빌레펠트전에 악몽과도 같은 부진에 시달리면서 3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사르를 대신해 중앙 수비수인 니클라스 쥘레가 프랑크푸르트전에 선발 출전했으나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 아민 유네스의 드리블 돌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유네스는 이 경기 드리블 돌파 10회를 시도해 모두 성공시키는 괴력을 과시했다). 추포-모팅은 2경기 연속 뮐러를 대신해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으나 단 하나의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한 채 겉도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사네는 공격포인트를 곧잘 올리긴 했으나 상대에게 소유권을 자주 뺏기면서 공격 흐름을 끊는 경향성이 있었다. 이래저래 뮐러와 그나브리, 그리고 파바르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던 바이에른이었다.

이에 한스-디터 플릭 바이에른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만 17세의 신예 미드필더 무시알라를 과감하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한 것. 그나브리와 파바르의 공백은 이전 프랑크푸르트전과 마찬가지로 사네와 쥘레가 책임졌다.


무시알라는 이미 지난 시즌 바이에른 구단 역대 최연소 분데스리가 출전 기록(만 17세 115일)을 수립한 데 이어 이번 시즌 샬케와의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구단 역대 최연소 득점(만 17세 205일)을 세우면서 기대를 한 몸에 얻고 있던 기대주였다. 심지어 독일 대표팀 감독인 요아힘 뢰브마저 그를 주목하고 있었을 정도다(독일 슈투트가르트 태생으로 어린 나이에 잉글랜드로 이민을 갔기에 독일과 잉글랜드 이중국적자이다).

하지만 무시알라 홀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경기는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을 땐 언제나 뮐러가 함께였다(2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4-1-4-1 포메이션). 그 외엔 중앙 미드필더나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주로 맡았던 무시알라였다. 상당히 모험수였다고 할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이 도박은 성공으로 귀결됐다. 바이에른은 라치오전에서 경기 시작과 동시에 전반 내내 강도 높은 압박과 빠른 속공 축구를 구사하면서 후방 빌드업을 괴롭히면서 상대 수비수들의 실수를 유발해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었다.

여기에 무시알라가 상당 부분 일조했다. 젊은 피답게 빠르면서도 왕성한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압박과 속공에 기여한 것. 이는 기록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 경기에서 총 6번의 소유권을 획득했고, 볼 경합 승리도 3회를 성공시켰다. 이에 더해 태클 역시 2회를 성공시킨 무시알라였다.


사네와 쥘레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사네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5회의 드리블 돌파와 3회의 슈팅에 더해 2회의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를 기록하면서 공격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쥘레는 걷어내기 4회와 가로채기 2회, 태클 2회를 성공시키며 안정적인 수비를 자랑함과 동시에 기습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사네 다음으로 많은 4회의 드리블을 기록하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공격 면에서도 깜짝 활약을 펼쳐보였다.

이 과정에서 바이에른은 경기 시작 9분 만에 라치오 수비수 마테오 무사치오의 패스를 간판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가로채면서 일찌감치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이어서 23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레온 고레츠카의 패스를 받은 무시알라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추가했다. 이와 함께 바이에른 구단 역대 최연소이자 잉글랜드 국적 최연소 챔피언스 리그 득점이라는 신기록(만 17세 363일)을 달성한 무시알라였다.


기세가 오른 바이에른은 전반 종료 4분을 남기고 왼쪽 측면 공격수 킹슬리 코망이 하프라인에서 가로채기에 성공한 후 단독 돌파를 통해 페널티 박스 안까지 침투해 들어가선 슈팅을 가져간 걸 상대 골키퍼가 선방했으나 사네가 리바운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전반전을 3-0으로 마무리했다. 이어서 후반 시작과 동시에 역습 과정에서 코망의 장거리 스루 패스를 받은 사네가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연결한 게 라치오 수비수 프란체스코 아체르비 다리 맞고 자책골이 되는 행운까지 따르면서 4골 차로 벌리는 데 성공했다. 이 시점에서 사실상 경기는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후 바이에른은 압박 강도를 의도적으로 낮추면서 체력 안배에 나섰다. 비록 후반 4분경, 라치오 공격수 호아킨 코레아에게 실점을 허용하긴 했으나 이후 더 이상의 실점을 내주지 않으면서 4-1 대승으로 경기를 마감했다. 무시알라는 바이에른에서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기분 좋은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렇듯 바이에른이 잠시 주춤했으나 신예 무시알라와 그 동안 이름값에 맞지 않는 부진을 시달렸던 사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출전해 기대 이상의 공격력을 보여준 쥘레의 깜작 활약 덕에 라치오를 4-1로 대파하며 8강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은 신예 측면 공격수였던 알폰소 데이비스가 왼쪽 측면 수비수 포지션에서 대박을 치면서 수비 줄부상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다. 이 덕에 바이에른은 바르셀로나(2008/09, 2014/15)에 이어 2번째로 트레블 2회(2012/13, 2019/20)를 달성한 구단으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시즌 역시 바이에른은 위기의 순간 무시알라가 새로운 복덩이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뮐러와 파바르가 돌아온다면 바이에른은 한층 더 안정적인 경기력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시즌 우승에 이어 이번 시즌 역시 바이에른은 챔피언스 리그 우승 후보 1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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