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양극화 '악어 입' 찢어질라

김승룡 2021. 2. 2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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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룡 정경부 차장
김승룡 정경부 차장

지금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양극화'다.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자는 더 부유해지는 부(富)의 양극화, 보수-진보 정치 진영의 이분법적 양극화, 고질적인 동서 지역의 양극화, 고용의 양극화, 수출과 내수의 엇갈린 희비 양극화, 대-중소 기업의 양극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양극화, 노인은 늘어나고 신생아는 줄어드는 인구의 양극화,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 부동산의 양극화, 국가채무는 늘고 세수는 줄어드는 국가재정의 양극화….

양극화와 함께 크게 부상하고 있는 동물이 있다. 바로 '악어'다. 왜 악어가 양극화 때문에 조명을 받는 걸까? 그 이유는 악어의 입 모양 때문이다. 흔히 양극화를 표현하는 기호로 영어 알파벳 'K'자를 많이 거론한다. 지난 몇 년 간 우리 경제가 침체 상황에 놓였을 때 경제학자나 경제 관련 기관들은 우리 경제를 장기침체를 의미하는 'L'자형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저성장에서 조금씩 회복한다는 의미로 '나이키' 형이라고 했고, 혹자는 경기침체 바닥을 치고 급속히 회복하는 'U'자형이 될 것이라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한 이후로는 'K'자형이 대세다. 'K'자형은 악어의 벌린 입과 같은 모양이다. 그래서 양극화를 악어의 입에 비교하곤 한다.

2011년 일본 도쿄 한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마나고 야스시 일본 재무성 국장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977년 32%에서 2010년 100% 이상 늘어나는 데 비해 국가 세수는 갈수록 감소하는 국가재정 상황을 빗대 소개한 것이 '악어의 입 그래프'다. 10년 뒤인 2021년 악어의 입 그래프는 우리나라 국가재정 상황과 딱 맞아떨어진다. 일본 악어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계속 입을 벌리고 있다.

지난 4일 안일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잊고 있었던 '악어의 입'을 다시 꺼냈다. 안 차관은 이날 공공기관 투자집행 점검회의에서 "미래 세대의 부담인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세 수입은 줄어드는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를 다시 상기해야 한다"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해계층 선별적 재난지원금과 함께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하자는 안에 공식 반대한 이후 나온 발언이다.

지난해 59년 만에 네 차례 총 60조원 가량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세 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정부가 올해 들어 또다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내달 20조원 안팎의 추경을 편성키로 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2000년 약 110조원, 2011년 약 421조원에서 2020년 약 850조원(추산)으로 급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00년 약 17%에서 2011년 약 30%, 2020년 약 44%로 껑충 뛰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잦아들면 전 국민 대상으로 위로금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추경편성을 예고한 것이다. 기재부는 이같은 속도로 가면 2045년 국가채무 비율이 10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을 지난해 내놨다. 복지에 쏟아붓고, 단기 공공일자리 만드는데 쏟아붓고, 코로나에 생계가 막막한 자영업자에 지원금 계속 투입하고. 지출은 하염없이 늘어나는데 국가 세수는 갈수록 줄어든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약 286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약 8조원 감소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계속 증가해왔던 세수는 2019년 감소로 전환한 데 이어 작년까지 2년 연속 감소했다. 이 추세로 계속 가면 언젠간 악어 입이 찢어질 날이 오겠다.

악어 입이 찢어지든 말든 국민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권은 계속 악어 입에 재정을 더 밀어넣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국가재정을 계속 악어 뱃속에 쳐넣어도 서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청년들 일자리는 갈수록 더 없다. 정치는 화합은 없고 갈수록 뚜렷해지는 양극 진영 싸움 뿐이다. 저소득층은 일해서 벌어먹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재정 투입이 늘어날 수록 빈부격차는 더 늘어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 저소득층의 분기 평균 근로소득은 약 53만원으로 매 분기 감소했다. 이에 비해 상위 20%의 근로소득은 약 750만원으로 소폭 늘었다. 가진 자는 부동산과 주식으로 부를 계속 불리는 반면 못 가진 자는 정부 보조금 없인 살아갈 수 없게 됐다.

악어 뱃속으로 국민 세금 닥치는 대로 우겨 넣고도 경제참사, 고용참사로 양극화가 계속되면 정권은 '악어의 눈물'만 흘릴 텐가. 눈물 흘릴 생각일랑 말고 양극으로 치닫는 악어의 입을 서둘러 다물게 하라.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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