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이것이 문 정부의 가짜 뉴스 모음집이다
제가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겠다. 가령 이런 보도가 있다고 해보겠다. “뒷집 사는 놀부가 어젯밤 앞집 사는 순이네 닭장에서 계란을 3개 훔쳐갔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동네사람이 고발했다.” 그런데 보도가 나가면 곧바로 놀부네가 바로 이런 입장문을 내놓을 수 있다. “오늘 아침 저와 관련된 보도는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면 마을에 사는 시청자와 독자들은 갑자기 혼선에 빠진다. 어떻게 된 거지? 누가 잘못된 거지? 정말 가짜 뉴스인가?
그런데 나중에 보면 최초 보도에 있는 대여섯 가지 팩트 중에 하나만 불분명해도 당사자인 놀부는 일단 사실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가령 놀부가 뒷집 산다고 했는데, 사실은 옆집 살고 있었다든지, 계란을 3개 훔쳤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4개 훔쳤다든지, 순이네 닭장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철수네 닭장이었다든지, 어젯밤 훔쳤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젯밤이었다든지 하는 사례들이다. 이렇게 여러 사실 중에 하나만 틀려도 놀부는 두루뭉술하게 엮어서 “사실이 아니다. 가짜 뉴스다”라고 부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꾸로 말한다면 의혹 제기 보도가 중요한 이유가 된다. 최초 의혹 제기가 있어야만 비로소 진실의 터널을 파 들어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최초 의혹을 제기해야만 비리의 고구마줄기가 딸려 나오기 때문이다. 의혹 제기를 해야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빨리 의혹 제기를 해야만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혹 제기를 해야만 놀부가 추가로 다른 집 닭장까지 넘보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혹 제기를 해야만 언론사에 추가 제보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놀부가 상습적으로 다른 집 닭장을 훔쳤다면 그것을 목격한 동네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초 의혹 제기가 없으면 이런 목격자들이 입을 다물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 여당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 관련 개정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냈고, 민주당 김영호 의원, 박광온 의원은 각각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냈다. 그중 하나가 이런 게 있다. ‘허위사실 유포로 타인에게 피해를 줄 경우 피해액의 3배 이내로 손해배상을 물게 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법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첫째 ‘허위사실 유포’라고 했는데, 무엇을 허위사실 유포로 볼 것이냐 문제다. 둘째는 피해액의 3배를 물게 한다고 했는데, 피해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최초 의혹 보도’의 내용이 어김없는 범죄 사실로 확정되려면 2년, 3년씩 걸릴 경우도 많다. ‘놀부가 달걀 3개 훔쳐갔다’는 최초 의혹 보도의 경우, 놀부가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그런 의혹을 부인하면 재판은 1심, 항소심, 대법원 판결까지 치러내야 하는데,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 놀부는 최초 의혹 제기를 한 언론사에게 ‘가짜 뉴스’라는 올가미를 씌우려고 할 것이다. 심지어 여러분 다 아시는 것처럼 한명숙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1심,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고, 2017년8월23일 징역 2년 형을 마치고 만기 출소했는데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명숙 씨가 출소한 게 2017년8월이면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렇다. 바로 정권이 바뀐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문재인 정권이 된 것이다. 징역 만기 출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명숙 씨는 아직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드디어 박범계 법무부는 엊그제 임은정 대검 연구관에게 서울중앙지검 검사 겸임 발령을 내서 지금 정권의 ‘정신적 대모(代母)’라고 일컬어지는 한명숙 씨의 사건을 재수사하도록 절차를 밟고 있다. 그렇다면 ‘한명숙 불법정치자금 수수사건’은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가짜 뉴스가 되는 것일까. 정권에 따라 가짜 뉴스를 고르는 기준과 잣대가 오락가락하게 되는 혼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대부분 범법 혐의자들이 자신에게 쏟아진 의혹 제기를 가짜 뉴스로 몰아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언론사와 기자들이 불법 행위자의 비리를 보도할 수 있을까. 정권과 정부를 감시할 수 있을까.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지금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 관련 법 개정안, 일명 ‘언론 재갈법’은 이른바 가짜 뉴스 보도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오늘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이 아니라 거꾸로 지금 정권 사람들이 저지르고 있는 숱하게 많은 가짜 뉴스를 한 묶음으로 보여드리겠다.
먼저 민주당에는 가짜 뉴스에 대응하겠다면서 만든 태스크포스가 있고 노웅래 의원이 단장을 맡고 있다. 노웅래 의원은 이번 주 월요일, 지난2월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신사 참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의 일본 방문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노웅래 의원은 “도쿄에서 신사 참배 간 것 아니냐.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노기등등하게 따져 물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최 회장은 실제로는 신사(神社)가 아닌 사찰(寺刹)에 가서 참배한 것이었다. 신사와 절은 전혀 다른 곳이다. 이 사진 원본에는 절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문양이 있었는데, 노웅래 의원이 제시한 사진은 이를 지우고 조작한 사진이었다. 최 회장은 “사진 상단을 보시면 절 사(寺)자가 있다”고 재차 설명했다. 노 의원이 산업 재해 책임을 묻는 청문회에서 엉뚱하게 가짜 사진을 들고 친일 공격을 한 것이다. 그것도 가짜 뉴스 대응 팀의 단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것이다.
가짜 뉴스로 적반하장(賊反荷杖)하는 행위는 지금 정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 달인 2017년6월19일 고리1호기 원전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5년 동안 1368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고로 죽은 ‘사고 사망자’로 확인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피해 지역의 피해 주민들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그러니까 아무 연관 없는 원인으로, 혹은 두어 연결 고리를 갖다 붙인 간접적인 원인으로, 또는 기저질환이 겹쳐서 나중에 사망하게 된 그런 사람들을 5년 동안 집계한 일부 통계를 일본에 있는 한 매체가 보도했는데, 한국 대통령이 나라의 백년 에너지 정책을 마음대로 바꾸면서 그 통계를 인용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6월15일 스웨덴을 방문했는데,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함께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남북 간 접촉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문 대통령 답변이다. “남북 간에 다양한 경로로 소통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과거 정부에서 군사적 핫라인까지 포함한 모든 연락망이 단절된 적이 있었지만, 우리 정부 들어서 남북대화가 재개된 이후에는 남북 간 다양한 경로로 소통이 항상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권정근 국장이란 자가 이렇게 말한 것으로 6월27일 보도됐다. “남한 당국자들이 지금 남북 사이에도 그 무슨 다양한 교류와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 “남한 당국은 제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양한 경로로 남북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는데, 며칠 뒤 북한 외무성 국장이라는 자가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 제집 일이나 똑바로 챙기라”고 쏘아붙인 것이다. 누가 가짜 뉴스인가. 문 대통령인가, 북한 외무성 국장인가. 저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차마 내 입으로 우리 대통령이 가짜 뉴스를 말했다고 하기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도 가짜 뉴스는 가짜 뉴스다.
문 대통령이 올해 1월11일 신년사에서 “코로나의 터널 끝이 보인다”고 했는데 그때는 새로운 확산 때문에 터널 끝이 아니라 터널에 막 들어가고 있을 때였다. “월성 1호기 언제 폐쇄되느냐”고 물었던 대통령 때문에 이후에 진행된 경제성 평가는 완전한 가짜 뉴스였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이 아파트 문제로 다퉜다는 보도를 청와대는 가짜 뉴스라고 했지만 결국 청와대 말이 가짜 뉴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2019년7월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때는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러시아 정부가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러시아대사관이 “사실이 아니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한 전형적인 가짜 뉴스였다. 작년 11월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 백신 도입이 늦어진 것을 두고 “오히려 화이자·모더나 쪽에서 우리에게 빨리 계약하자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을 속이려 한 가짜 뉴스였다.
여기까지만 하겠다. 한도 끝도 없다. 이 정권 사람들은 밥 먹듯이 가짜 뉴스를 만들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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