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이버 '실검' 폐지, 이제 언론이 답할 때다

한겨레 2021. 2. 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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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포털업체 네이버가 25일부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16년 만에 중단한다.

네이버에 앞서 포털 다음은 지난해 2월 실검을 폐지했다.

포털에서 검색되는 횟수가 급상승하는 단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실검 서비스는 저널리즘을 망치고 여론 조작과 변칙 광고에 악용되는 등 폐해가 커, 뜻있는 언론인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포털에 실검 폐지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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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모바일 실검 서비스

국내 최대 포털업체 네이버가 25일부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16년 만에 중단한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네이버에 앞서 포털 다음은 지난해 2월 실검을 폐지했다. 포털에서 검색되는 횟수가 급상승하는 단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실검 서비스는 저널리즘을 망치고 여론 조작과 변칙 광고에 악용되는 등 폐해가 커, 뜻있는 언론인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포털에 실검 폐지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실검 서비스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 무엇인지 보여줘 사회적 이슈를 확산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순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검 서비스가 악용되면서 순기능은 사라지고 역기능만 남게 됐다. 실검이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한 결과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이나 장삿속에서 의도적으로 관심을 만들어내는 도구로 변질된 것이다. 또 실검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부작용도 낳았다.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지지파와 반대파가 벌인 ‘실검 대결’이 대표적인 예이다. 선거 국면에서 발생한 국정원 댓글 공작이나 ‘드루킹’ 일당의 댓글 순위 조작도 실검과 연계돼 실행됐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이 실검 상위에 오른 검색어를 이용해 제목만 다른 유사 기사를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씩 만들어내는 ‘어뷰징’을 일삼았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아예 여남은 기자들로 ‘실검팀’을 만들어 트래픽 장사를 한 언론도 상당수 된다. 뉴스가 포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한국 상황에서 이는 저널리즘의 신뢰를 추락시켰다.

네이버와 다음은 실검 폐지에 그쳐서는 안 된다. 포털은 스스로 언론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언론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 실검 못지않게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댓글 관리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포털 댓글이 근거 없는 비방과 욕설로 도배되고 있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9년 ‘악플’(악성 댓글)에 시달려온 가수 최진리(25·설리)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다음과 네이버는 연예, 스포츠 분야 댓글을 폐지했다. 정치와 사회 등 다른 분야 기사에 대한 댓글 관리도 한층 엄격해져야 한다.

언론들도 네이버의 실검 폐지를 자성과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어뷰징과 낚시성 제목 같은 꼼수가 아니라 이젠 기사의 질로 승부해야 한다. 실검 폐지가 국내 인터넷 생태계를 건강하게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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