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이주노동자 살린 고려인마을.."위기에 인종·국적 따지겠나"

안관옥 2021. 2. 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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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없는 설움은 당해본 사람만 알아요."

광주 고려인마을 주민들이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를 돕는 인간애를 발휘하고 있다.

고려인 마을은 2004년부터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일대에 이주한 중앙아시아 출신 동포 6000여명이 만든 생활공동체다.

주민들은 "어려운 사람 처지는 어려운 이들이 가장 잘 안다. 우리 마을에서 쓰러졌는데 인종과 국적을 따지겠냐. 우선 사람을 살리고 봐야지"라며 팔을 걷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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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에 쓰러진 가나 노동자 안도 코스모스 돕기
치료비 수천만원 밀리자 7일 동안 1138만원 모아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 중인 가나 출신 노동자 안도 코스모스. 광주 고려인마을 제공

“건강보험 없는 설움은 당해본 사람만 알아요.”

광주 고려인마을 주민들이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를 돕는 인간애를 발휘하고 있다. 고려인 마을은 2004년부터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일대에 이주한 중앙아시아 출신 동포 6000여명이 만든 생활공동체다.

주민들은 지난 18일부터 가나 출신 이주노동자 안도 코스모스 돕기 운동을 시작했다. 일주일 사이 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 청소년센터 리안드레이씨, 가족카페 전올가씨 등이 1138만원을 모았다. 이 마을에 있는 신암교회, 새날학교, 아동센터 등도 힘을 보탰다. 인근 상그릴라요양병원은 코스모스의 입원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성금까지 보탰다. 주민들은 “어려운 사람 처지는 어려운 이들이 가장 잘 안다. 우리 마을에서 쓰러졌는데 인종과 국적을 따지겠냐. 우선 사람을 살리고 봐야지”라며 팔을 걷어붙였다.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 중인 가나 출신 노동자 안도 코스모스. 광주 고려인마을 제공

코스모스(45)는 2005년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미혼인 그는 일해 번 수입 일부를 고향에 보냈지만, 정작 자신은 일정한 주거 없이 쉼터와 일터를 오갔다. 일이 있을 때 벌이는 하루 6만~7만원이었다. 악착같이 버티던 그는 지난 1월 말 동장군의 위세를 견디지 못하고 근로자대기소 부근 길거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목격자들이 그를 주민지원센터로 옮겼지만 의식을 찾지 못하자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병원 쪽이 불법체류자라며 난색을 보이자 주민센터장인 이천영 목사가 보증인을 자처했다. 뇌출혈이었던 코스모스는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사흘 만에 퇴원했다. 치료비로 600만원이 나왔다. 한 중급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20일 넘게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끝에 신체 왼쪽 부분이 마비됐던 증세가 차츰 호전됐다. 거동은 아직 어려운 상태다. 이 병원의 치료비도 2000만원에 가까웠다.

주민들은 코스모스가 머물 요양병원을 수소문했으나 피부색 때문에 어려움을 겪다가 상그릴라요양병원에서 코스모스를 받아줬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마을 대표 신씨는 “피부색이 다르다고 (요양병원) 다섯곳에서 거절당할 때 눈물이 났다”며 “치료비 수천만원이 밀렸다. (코스모스가) 언제 귀국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도리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센터장인 이 목사는 “고려인들은 입국 뒤 반년이 지나야 의료보험 적용을 받는다. 입국 초기에 아프면 치료비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고, 서로서로 돕지 않으면 살아가기 어렵다”며 “그래서 위기에 빠진 이웃을 돕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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