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파이브 아이즈'는 조폭 행동 공동체"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2021. 2. 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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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 반중동맹이 위구르 인권 문제 압박 나서자 경고
환구시보 "중 권리 압살하려 결성된 백인 우월주의 주축"

[경향신문]

중국이 미국 주도로 결성된 영미권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동맹 강화를 통한 대중 압박 의지를 밝힌 가운데 영국·캐나다가 중국의 ‘역린(逆鱗)’인 신장(新疆)위구르 인권 문제 등을 압박하자 경고에 나선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4일 ‘파이브 아이즈, 백인 우월주의 주축 돼’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파이브 아이즈를 “미국을 중심으로 결성된 인종주의적 색채가 강한 ‘조폭 행동 공동체’”라고 칭하면서 “14억 중국인들의 발전 권리를 압살하려는 목표로 형성된 백인 지상주의의 주축”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매체는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들은 앵글로색슨 문명 우월론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초반에는 정보 교환만 했지만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 공격을 공동 사명으로 삼고 인종주의의 사악한 이념만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 국가의 기밀 정보 공유 동맹체를 말한다. 그 이름은 특정 국가명에 ‘EYES ONLY’라고 표기하는 미국의 기밀문서 등급 분류에서 나왔다.

중국 관영매체가 파이브 아이즈를 겨냥한 것은 최근 회원국들이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 캐나다 하원은 22일(현지시간) 중국이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위구르족에 대해 집단 학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대처를 촉구하는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동의안에는 캐나다 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베이징)를 변경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중국은 파이브 아이즈의 다른 회원국인 영국과도 홍콩, 신장 문제로 갈등하고 있다. 지난달 영국은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에게 이민 문호를 확대했다. 이달 초 영국 BBC가 신장의 수용소에서 고문과 조직적 성폭행이 자행됐다는 증언을 보도하면서 양국 갈등은 한층 격화됐다. 영국은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의 방송 면허를, 중국은 BBC 월드뉴스의 방송 면허를 각각 취소했다.

또 중국은 호주가 미국에 동조해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 퇴출을 결정하고 코로나19 책임론을 꺼내든 데 반발해 석탄 및 와인 수입 제재 등 보복에 나선 상태다.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과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공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파이브 아이즈 5개국이 홍콩 야당 의원직 박탈 문제를 비난하자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들이 5개의 눈이 있든 10개의 눈이 있든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해친다면 눈이 찔려 멀게 되는 것을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중국이 이 같은 원색적 비난에 나선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극한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동맹국 결집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파이브 아이즈는 바이든 정부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중국에 맞서 동맹국들을 규합할 수 있는 잠재적 플랫폼”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조폭 행동 공동체’ ‘눈이 멀게 될 것’ 등 파이브 아이즈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는 것은 향후 본격적인 대중 압박을 차단하기 위한 사전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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