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붕괴에 개미들 아우성..연기금은 40일째 매도

이경은 기자 2021. 2. 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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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전날보다 2.5% 내린 2994.98에 마감
/김연정 객원기자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45% 내린 2994.98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3000 선 밑으로 내린 것은 지난달 29일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23% 내린 906.31에 마감했다.

“미장(미국 증시), 국장(한국 증시)에서 쌍으로 터지고 있네요. 전부 파란색(주가 하락)이라 너무 무서워요.”

“욕심 때문에 수익 실현 안 했더니 사이버 머니로 끝나버렸어요.”

“정신 건강을 위해 당분간 계좌를 덮고 안 봐야겠어요.”

코스피가 2% 넘게 급락하며 3000 선이 깨진 24일 개인 투자자들의 단톡방에는 이런 하소연들이 넘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45% 급락한 2994.98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3000 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9일 이후 처음이다. 그나마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가 8만2000원 보합으로 마감해 지수를 지켜냈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만 해도 3090 선까지 오르며 강세였지만, 점심시간 이후 하락세로 반전하더니 점점 더 낙폭을 키웠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40거래일 연속 순매도라는 역대급 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유가증권 시장에서 4300억원, 13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개인은 5600억원어치 나 홀로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연초부터 이어진 상승 랠리로 주가 부담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 금리 상승이 촉발한 불안 심리가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도를 불러일으켰다. 금리가 오르면 손쉬운 자금 대출에 의존하던 고성장 기업들은 타격을 받고, 주식 투자 매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날 코스피의 모든 업종이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그동안 강세장을 주도해 왔던 제약·바이오, 자동차, 2차 전지, 인터넷 업종의 낙폭이 컸다.

자산운용 업계 고위 관계자 A씨는 “개인들의 폭발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3000을 돌파한 시장은 조정의 빌미를 찾아왔다”면서 “종가 기준으로 3000을 내준 것은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게 작용해 조정이 일정 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호재보다는 악재에 더 민감한 국면이라는 설명이다.

24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마스크를 쓴 한 행인이 닛케이 평균 움직임을 표시한 증시 시황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닛케이평균은 이날 3만선 밑으로 내려갔다.

미국발 금리 상승 공포에 홍콩의 주식 거래세 인상 뉴스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홍콩 정부는 재정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인화세(주식 거래세)를 0.1%에서 0.13%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세금 인상 뉴스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장을 연출했다. 일본 닛케이평균과 중국 상하이지수가 각각 1.6%, 2% 떨어져 마감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3% 급락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앞당겨질 세금 인상 이슈가 주가 하락의 도화선이 됐다”면서 “초저금리 효과가 약해져서 금리가 오르게 되면, 정부의 부채 상환 부담이 2배 이상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홍콩 정부가 1993년 이후 첫 거래세 인상에 나선 것은 심각한 재정난 때문이라고 판단된다”며 “최근 홍콩 주식을 많이 매수했던 중국 본토 자금이 거래세 인상에 따라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상승세로 방향을 바꿨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6원 오른 1112.2원에 장을 마쳤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성장주에 대한 고평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홍콩발 세금 인상 뉴스가 전해지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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