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청문회' 비판..임이자 "산재 청문회 정례화 노력"
●국회 첫 산업재해 청문회로 주목 받았지만…"구체적 대책 없는 맹탕 청문회"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산업재해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포스코 등 9개 대기업의 대표들이 출석했습니다. 앞서 여야는 "재해 원인과 실질적인 예방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출석 기업 9곳에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중대 재해로 인해 숨진 노동자는 103명에 달합니다.(윤준병 의원실 : 고용노동부 자료)
대기업 대표들은 "연이은 사고에 깊이 사죄드린다", "안전한 현장을 만들겠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지만,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실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상임활동가는 "구체적인 대책은 없는 맹탕 청문회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종란 노무사는 "포스코 사장까지 나오는 것 보니 여론을 의식한다는 건 보였지만 기억에 남는 건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고 했습니다.
●"산재, 노동자 불안전한 행동 탓"…상관없는 '신사참배' 의혹 제기도
오히려 사고를 노동자 탓으로 돌리는 기업의 속내가 드러나기도 했지요.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는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니 불안전한 (작업장의) 상태와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 많이 일어난다"며 "불안전한 상태는 바꿀 수 있지만 불안전한 행동은 (개선하기) 많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송곳 질문'이 아니라 '황당한 질문'을 하는 의원의 모습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향해 신사참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산재와 관련 없는 질의를 한 건데, 몇 시간 만에 '가짜 뉴스'로 드러났습니다.
●JTBC '청문회 출석' 대기업 9곳 산재 사고 추적
JTBC는 청문회에 나온 대기업 9곳의 최근 3년 간 산업재해 실태를 지난 22일과 23일 보도해드렸습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사고를 조사한 뒤 작성한 '재해조사 의견서'를 입수해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1. 대기업 9곳 '산재 보고서' 보니…고압선 80㎝ 앞 작업도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93498
2. 대기업 산재 이면…'안전관리 비용' 줄이고 대책은 없고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93680
노동자 탓이 아닌 '비용 절감'으로 인한 사고가 많았습니다. 특히 서울 목동의 빗물펌프장 참사의 경우, 안전관리자를 3명에서 1명으로 줄여 업무량이 너무 많았다는 내용도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고압선과 불과 80㎝ 떨어진 곳에서 작업하는데도 관련 안전 장비는 없었고, 덤프트럭 바퀴에 깔려 숨지는 동안 인근엔 안전요원도 없었습니다.
●'산재 청문회' 처음 제안한 임이자 의원 "출석 대기업 12곳→9곳으로 줄어"
JTBC는 이번 청문회를 처음으로 제안한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을 인터뷰했습니다. 청문회 이후,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정치권에선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할지 궁금해서였습니다.
Q. 산업재해 청문회를 처음으로 제안했다고 들었습니다.
A. 맞아요. 제가 현장 노동자 출신입니다. 산업재해가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은폐되고 있는지 자세하게 알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산재의 책임을 하청업체에 어떻게 전가하는지도요. 국회에 들어올 때부터 '언젠가는 꼭 산재 청문회를 열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Q. 성과가 있었다면 어떤 점이라고 보나요?
A. 이번 청문회를 통해서 대기업 CEO들이 경각심을 가졌을 거라고 봅니다. 안전 문제에 대해 인식의 변화가 생긴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각 기업에서 3월에 주주총회를 열잖아요. 그때 안전관리 예산 계획 등이 통과되는데, 그전에 이런 문제점을 지적해야 바뀔 수 있겠지요.
Q.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요?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A. 딱 하루 청문회를 열었는데 시간이 빠듯했던 것이 아쉬웠어요. 밤늦게까지 했으면 좋았을 텐데.
Q. 처음엔 더 많은 기업을 부를 계획이었다고 들었습니다.
A. 애초 출석시키려고 했던 대기업이 총 12곳이었습니다. 조율 과정에서 3곳이 빠져서 결국 9곳 대기업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었지요. 빠진 곳은 대우건설과 현대차, 현대위아입니다.
Q. 청문회를 여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A.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반발이 있었습니다. 제가 당 지도부에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어요. 김종인 비대위원장한테도 미리 보고했었고, 주호영 원내대표한테는 "우리 당이 친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득했고요.
Q. 청문회는 일단 끝났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A. CEO들이 안전한 기업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니 계속 지켜볼 겁니다. 제대로 안 지키면 국정감사 때도 따질 겁니다. 앞으로도 산재 청문회를 정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고요. 청문회를 안 한 것보단 한 것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앞으로 이런 정책 청문회를 통해 안전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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