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계신 부모님, 서울 병원 오실 필요 없어요"..의료 마이데이터 시동

김현아 2021. 2. 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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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건강검진, 진료기록 한눈에
정부, '마이 헬스웨이' 도입 발표
병원 옮겨도 치료 이력 파악해 진료
내년까지 플랫폼 구축..실증사업도
1단계로 '나의건강기록' 앱 출시
KT 등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 기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몸이 편찮으신 부모님, 지방으로 이사하셨는데 병원 때문에 매주 서울에 올라오신다. 부모님께서 사시는 집 근처 병원에서 서울 병원에서 받은 진료기록을 이용해 편하게 진료받으실 수는 없을까.

병원을 옮겨도 의사가 바뀌어도 내가 과거에 어떤 약을 투약받았고 예방접종을 했는지 쉽게 파악할 순 없을까.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과 함께 24일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건강 정보를 한곳에 모아 원하는 대상에게 직접 제공하게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의료 마이데이터(마이 헬스웨이)’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하면서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 혁신이 기대되고 있다.

개인 동의를 전제로 의료기관 진료 정보, 개인 건강 정보, 공공기관 정보(건보공단의 건강검진이력·심평원 투약이력·질병청 예방접종이력 등)를 모아 주치의에게 전달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제도를 통해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지만, 의료 분야는 처음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증명서 과금 체계 검토…법·제도도 바꿀 것

복지부는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 자료를 전자적으로 보낼 경우 줄어드는 검진비 수입을 염려하는 병원을 달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추진한다.

강도태 복지부 2차관은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에 많은 민간 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초기 인프리 개선 비용 지원, 각종 증명서 과금 체계 검토, 평가 사업 연계 등 각종 인센티브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정보는 민감 정보인 만큼 철저한 식별 인증체계를 확립하고 활용기관 사전 심사 제도를 도입해 안전하게 개인 의료정보가 활용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당장 이날 오픈한 것은 복지부가 주도하는 ‘나의건강기록’ 앱이지만, 혁신적인 디지털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인 만큼 마이데이터 활용기관에 대한 심사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강 차관은 “금융은 마이데이터 사업이 허가제이지만 의료 쪽은 정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이 있어 활용기관 심사는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는 2022년 전까지 법과 제도를 바꿀 예정이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전자적으로 의료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 하지만, 부모가 아동의 접종기록을 관리하거나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관리까지 자녀가 모니터링할 수 있으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강 차관은 “시스템 구축 시 실명 정보를 갖고 구축하고 운영할 때의 근거, 고유 식별번호나 주민번호,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전자적으로 연계하기 위한 법적 근거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T, SKT 등 디지털 헬스케어 준비사업자들 기대감

‘나의건강기록’ 앱은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의 1단계로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일단 출시됐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한국보건의료정보원 웹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진료이력, 건강검진이력(건보공단), 투약이력(심평원), 예방접종이력(질병청) 등이 담기는데,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력도 질병청의 시스템이 안정화되는 대로 연계할 예정이다.

KT(030200), SKT(017670) 등 이동통신사업자들과 라이프시맨틱스 같은 전문업체들은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사업에 주력하는 KT는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에서 미래가치추진실 아래에 ‘디지털&바이오헬스P-TF’를 신설했고, KT가 강점을 가진 AI와 빅데이터 사업역량을 활용해 디지털 바이오헬스 플랫폼 사업에도 나서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말에는 KMI 한국의학연구소와 개인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2011년 헬스커넥트를 세웠지만 의료법 규제에 막혀 사업을 접은 뒤 지난해 3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회사 ‘인바이츠 헬스케어’를 설립한 SKT도 규제 개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바이츠 헬스케어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뉴레이크 얼라이언스, 하나로의료재단 및 서울의과학연구소를 운영하는 SCL헬스케어그룹이 합작한 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가 해소될 경우 헬스 데이터를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에 대한 사업 가능성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6년 960억 달러에서 연평균 21%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헬스케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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