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우파 첫 기본소득 모델 내놨다..'최소 월 30만원'
1. 출발점은 ‘1인당 월 30만원’
2. 중간점에는 ‘마이너스 소득세’ 방식을 결합해 국민 누구나 ‘1인당 중위소득 50% 보장’
3. 종착점은 ‘1인당 중위소득의 50% 지급’
보수 진영에서 처음으로 기본소득의 구체적인 안이 발표됐습니다. 지난해부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화두로 제시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기초 설계안이 나온 건 처음입니다. 이번에 나온 ‘보수판 기본소득안’은 ‘이재명 모델’과의 차별화를 내걸고 있는데요, 어떤 점이 같고 또 다를까요?
김세연이 이재명 기본소득 모델과 대조해 소개하는 이유는?
보수판 기본소득안을 들고나온 인사는 지난해 “생명력을 잃은 좀비”라고 자유한국당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총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입니다. 그는 이 시점에서 기본소득 모델을 꺼내 든 이유에 대해서 “기본소득은 기술변화에 따라 일자리가 사라지는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개인의 실질적이고 궁극적인 자유를 보장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안정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의 해답으로서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를 보수정당의 어휘로 풀자면, ‘기본소득을 해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김재섭 비대위원, 천하람 조강특위 위원 등 보수계 인사 10여명과 함께 기본소득 공부 모임인 ‘기본모임’을 이끌어왔는데요. 24차례, 100시간의 토론을 거쳐 나온 모임의 결과물을 차례로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김 전 의원은 ‘이재명 기본소득 모델’과 대조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모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2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모델은 통상적인 방식도 아니고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마치 ‘표준 모델’처럼 논의가 되는 상황에서 보수정당에서도 무조건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기초 설계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첫 도입 월 30만원 vs 월 4만원
지금까지 공개된 김세연표 기본소득의 줄기는, 제도 도입의 시작을 ‘1인당 월 30만원’으로 시작해, 20∼30년 안에 모든 국민이 중위소득의 50%를 받는 것입니다. 월 30만원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 1인 가구 생계급여 평균 지급액, 65살 이상 어르신 기초연금 지급액 등을 근거로 볼 때 최소한의 생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빈곤선’으로 정의되기 때문입니다. 이 지사가 1년에 50만원(한 달에 4만1600만원)으로 시작하자고 한 것을 두고 김 전 의원이 “기본소득이 아니라 기본용돈이다. 화장품 샘플을 화장품이라 우기지 말라”고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는 되어야 생존을 위협받지 않을 정도의 경제적 기초라는 점 때문인데, 이 지사가 기본소득 도입 중기에도 한 달에 8만3300원 지급(1년에 100만원)을 주장하는 것은 ‘기본소득’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는 주장입니다. 김 전 의원은 “25조원 예산으로 실제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도 없을 수 정도 작은 내용물을 넣어두고 기본소득이라고 써 붙여 판매에 나선 셈이다. ‘기본소득 최초 시행’이라는 제목의 성과만 가져가려는 전략이냐”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천억대 자산가로 평생 어려움 없이 살아오신 김 의원께는 ‘화장품 샘플’ 정도의 푼돈이겠지만, 먹을 것이 없어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저축은커녕 빚에 쪼들리는 대다수 서민에게 4인 가구 기준 연 200 ~ 400만원은 엄청난 거금”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축소된 견적표” vs “병아리부터 시작”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두 모델은 차이를 보이는데요. 김 전 의원은 제도 도입 10년 이후로 잡은 중간점에서는 기존 공적 부조 제도 가운데 기본소득의 취지와 부합하는 일부 제도들을 통합해가며 마이너스 소득세 방식으로 국민 누구라도 빈곤선인 중위소득 50%에 미달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차액으로 소득을 보장하고, 20∼30년 뒤로 잡은 ‘종착점’에서는 국민 누구나 ‘1인당 중위소득의 50%를 기본소득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이 지사는 중기에 1년에 100만원 지급을 거쳐, 10년 뒤부터 한 달에 50만원을 지급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김세연표는 출발점에서 연간 180조원, 종착점에서 500조원이 필요한 반면, 이 지사 모델은 단기 25조원, 중기 50조원, 장기 300조원이 소요됩니다. 이를 두고 김 전 의원은 “축소된 견적표”라고 비판하고, 이 지사는 “병아리 아니었던 닭은 없다”며 액수가 적더라도 키워가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재원 마련 “증세 먼저” vs “작은 정부부터”
김 전 의원은 재원 마련 방안에서도 이재명표 모델과는 차이가 크다고 강조합니다. 이 지사가 10년 이상에 걸쳐 증세 합의를 거친 뒤 1인당 한 달에 50만원을 지급하자고 한 데 대해 김 전 의원은 “거대한 행정시스템의 변화에는 필연적으로 행정개혁과 재정개혁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관한 고민이나 언급은 찾기 힘들고 장기 대책으로 슬쩍 ‘증세’만 언급하고 있는 대목도 실망스럽다. 증세가 불가피할 수는 있으나 순서상 제일 마지막에 와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기존 국가 행정시스템에 종료 선언을 하고 기본소득체제를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앙부처 공무원 인건비만 39조원, 공공기관 인건비가 29조 5천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부 규모 자체를 줄여 기본소득 재원의 상당 부분을 확보해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채 발행에만 의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증세는 하더라도 가장 마지막 순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김세연표 모델의 구체적인 최종 로드맵은 최종 수정 작업 등을 거쳐 조만간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뒤로 빠진 논의
이렇게 치열해진 기본소득 논의에서 정작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한 발 뒤로 빠진 모양새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안을 거론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는 건데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서두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기본소득을 꼭 해야만 할 만큼 우리나라에 고용구조가 변화돼서 실업이 많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 우리 경제 구조가 어떻게 갈 것인지 큰 그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얼마만큼 기본소득 재원을 지출할 수 있는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복지제도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느냐 등을 놓고 구체적인 안이 나와야 세부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정책위 관계자도 “기본소득안이 실질적으로 정치권의 구체적인 입법이나 정책 논의로 이어지려면 많은 단계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보수 인사들도 구체적인 대안을 언급하며 뛰어든 기본소득 논쟁, 이번에는 겉핥기로만 끝나지 않고 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시작될 수 있는 계기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고 정강·정책에 약속한 국민의힘에서도 이를 어떻게 구현해 낼지, 제1 야당답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논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길 기대해봅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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