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硏 "북한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또 실패할 것"
화학·금속 등 전통산업 복원, 전력난으로 이어져
"北비핵화 통해 제재 완화 하지 않는 한 경제위기 지속될 듯"
김석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4일 ‘북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왜 실패했을까’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김 위원은 “지난 5개년 전략이 실패한 이유는 객관적 조건과 전략 자체의 결함이라는 두 측면이 모두에 있는데 한반도 정세가 크게 호전되지 않으면 객관적 조건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새로운 5개년 계획의 내용도 기존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실시한 5개년 전략이 실패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김 위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꼽았다. 유엔 안보리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강화했다.
김 위원은 이 중 2017년 12월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가 결정타를 날렸다고 봤다. 2397호는 북한에 대한 유엔 회원국의 기계, 금속, 전기·전자, 수송기기 제품 수출을 금지했다. 이같은 자본재 수입이 중지되면서 북한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투자 역시 차질을 빚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구체적인 사례로 ‘석탄 가스화에 의한 탄소하나 화학공업’ 사업을 들었다. 탄소하나 화학이란 탄소원자 1개로 된 물질인 일산화탄소, 메탄올, 메탄과 같은 화합물로부터 여러 화학제품들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말한다. 북한은 석탄에서 메탄올을 뽑아내고 이로부터 각종 화학제품을 생산할 계획을 세웠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탄소하나 화학 공장은 여전히 건설 중이다. 중국에서 들어올 예정이었던 용광로가 유엔 제재로 제때 인도되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5개년 전략의 기본노선 자체의 결함 역시 주요 실패 이유로 지목됐다. 5개년 전략은 표면적으로는 정보화, 과학화, 지식경제 등 산업 현대화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실제 투자 프로젝트는 광업과 중화학공업(금속·화학·기계·건재)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 국영산업을 재건하려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퇴행적이고 비효율적인 전통산업 복원은 오히려 전력난이라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최고지도자의 관심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비계획적 경제 운영 역시 오히려 혼란만을 초래했다.
예를 들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7월 5개년 전략 대상 사업 중 하나인 함경북도 어랑천 발전소 현장을 찾아 사업 속도를 질책하자, 착공 후 17년이 되도록 70%밖에 진척되지 않았던 어랑천 팔향 언제(댐)은 15개월 만에 완공됐다. 그러나 이는 다른 사업에 투입되고 있던 인력과 자재를 빼 옴으로써 가능했던 것으로 다른 사업에서는 큰 어려움을 발생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 위원은 “최고 지도부의 관심과 의욕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계획과 결합돼야 비로소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며 “5개년 전략기간 중 무리한 사업 추진과 잦은 계획 변경 때문에 인력과 자원이 분산되고 경제적 혼란이 조성됨으로써 많은 사업들이 기간 내에 완결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북한 당국은 5개년 전략을 관철하기 위해 노동력을 동원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각종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이같은 노동력 동원 정책은 일시적으로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낳았을 것이라고 김 위원은 전망했다. 오히려 열심히 일했는데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서 실망하게 되고 이런 실망이 사기 저하로 이어지며 생산성 침체시키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이같은 북한 경제의 위기를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경제 봉쇄로 일반 소비재의 수입마저 끊겼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북한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경제 전망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전통산업의 핵심인 금속과 화학공업의 발전을 경제 건설의 중심 과업으로 내세우는 등 계획의 기본 방향은 여전히 퇴행적이며, 경제에 대한 국가적 통제 강조는 오히려 비효율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와 대외개방을 포함한 완전한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북한 경제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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