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비서실장 답변으로 본 '신현수 사의파동' 전말은
18일 연차휴가 전 사표 제출..대통령 곧 결단 "현 상황 오래가겠나"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권구용 기자,유새슬 기자,정윤미 기자 =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파동과 관련해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청와대의 공식 발표와 유 실장의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 답변을 종합하면, 신 수석은 검찰 고위간부(검사장급) 인사를 두고 검찰과 법무부간 이견을 조율해왔다.
유 실장은 검찰 인사 절차에 대해 "법무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재가하고, 제청과정에서 민정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해 검찰과 법무부와 인사문제를 협의·조율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임명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는 등 검사장급 고위 간부 4명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은 검찰측 의견을 반영해 이견을 조율하려는 신 수석과 조율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부 안을 대통령 보고 및 재가를 거쳐 발표했다.
◇靑 보고라인·승인 시점은 "통치행위" 공개 안해…"승인·발표·재가·발령 프로세스 작동"
신 수석이 조율하지 않은 인사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담당자나 보고 시점, 과정에 대해서 유 실장은 끝내 함구했다. 유 실장은 과정을 밝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대통령의 통치행위의 일부로 저희는 인식하고 있다"라며 "통상 그리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보고한 것은) 아니다"라며 "통상 인사에 대해선 민정수석이 법무부와 검찰의 의견을 들어 협의하고 조율하는 역할이지, 민정수석이 결재라인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고 과정에 대해서는 함구했지만, 유 실장은 법무부가 인사를 발표하기 전 문 대통령의 승인이 있었고 이후 전자결재로 재가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전에 문 대통령이 승인한 인사를 법무부가 7일 발표했고, 8일에 전자결재로 재가하고, 9일자로 인사발령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유 실장은 "일반적으로 장·차관을 임명하는 경우, 우선 인사를 협의해 확정하고 나면 대통령께서 여러 방법으로 승인을 한 후에 발표한다"라며 "그리고 난 뒤에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재가하고) 인사혁신처에 공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인은 인사발표 전에 했다"라며 "7일 오후 1시30분 (인사안이) 언론에 발표되기 전에 정상 승인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신현수 역할은 "법무-검찰 안정적 협조관계"…檢 인사 조율 중 법무부 발표에 '리더십 상처'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배경으로 알려진 '민정수석 패싱'설과 관련해 유 실장은 "추측에 불과하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간 갈등의 정점이었던 윤 총장 징계와 관련해 법원이 지난해 24일 제동을 걸자, 문 대통령은 24일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면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관계를 통해 검찰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의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실장은 "이것이 민정수석에게 주어진 큰 역할이었고 이번 인사에서도 원만한 협조관계를 잘 해왔다"라며 "인사안을 확정하는 마무리 단계에서 수석 입장에서는 좀 더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자 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무부는 제청으로 대통령 승인에 올라가니, 이 정도 선에선 충분히 협의가 된다고 생각했고, 그 사이에 민정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해 인사문제를 협의하는데 법무부에 대한 리더십, 검찰에 대한 신뢰 부분에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그런 쪽에서 표출된 문제"라고 정리했다.
신 수석이 법무부의 인사 발표로 법무부와 검찰의 이견을 조율하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리더십에 대한 상처를 받아 더이상 직무수행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몇 차례 사의·사표 공식 제출 후 18일부터 연차…22일 복귀 후 "거취 일임"
지난 17일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신 수석은 이에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그때마다 문 대통령은 만류했다. 청와대의 공식발표가 있던 날, 신 수석은 인사수석실에 문서로 사표를 제출했다.
이어 신 수석은 18일 오전 청와대에 출근해 이틀간 연차휴가를 썼고, 주말을 포함해 나흘 동안 휴식을 가진 뒤 22일 청와대에 복귀해 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고 직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신 수석이 수차례 사의를 표명할 때도, 휴가기간 동안에도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들이 신 수석을 설득했다. 유 실장은 "(신 수석을 복귀시키기 위한 노력을) 참 많이 했다"라며 "주말 이틀 휴가를 가서 조금 더 생각해달라고 저도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임명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이 건 하나로 그렇게 하는 것은 무리라고 제가 설득을 했다"고 유 실장은 밝혔다.
신 수석 사의 표명을 만류한 이유에 대해 그는 "어렵게 역할을 줘 모셔온 것도 있지만, 계속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며 "본인은 이 건으로 리더십을 다시 회복하거나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서 조율자 역할을 하기엔 굉장히 힘들어졌다고 판단했고, 그 괴로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더십을 회복시켜주겠다, 뭘 해드리면 되겠나 등 이런 대화도 참 많이 나눴다"라며 "신 수석이 올곧게 살아온 것을 보면, 그런 것도 영향이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대통령, 사표 수리 여부 곧 결정…유영민 "비서실장으로서 송구"
신 수석이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한 만큼, 신 수석의 사표 수리 여부는 문 대통령의 결정이 남았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신 수석이 업무에 복귀한 것이 사표가 반려된 것인지에 대해 유 실장은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다고 이해해달라"라며 "그것이 수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문 대통령은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유 실장은 "신 수석을 모셔올 때 기대했던 역할이 있고, 아직도 기대하고 신뢰가 있다는 의미여서 굉장히 힘든 결정이다"라면서도 "일은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여러 가지 대통령께서 고민하시리라 생각하고 결심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다. 그만큼 곤혹스럽다는 말"이라며 "(현 상태가) 오래 가겠나"라고 말해 조만간 문 대통령이 결정을 내릴 것을 암시했다.
유 실장은 신 수석 사의와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유 실장은 "최근 이 사태(신 수석 사의표명)에 대해 실장으로서 국민들에게, 지난해 여러 가지 법무-검찰 피로도를 준 데 이어 또 이렇게 돼 참 송구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silver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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