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못한 국토부, 가덕도신공항 급제동.."사업비 7조 아닌 28조"

이희수,박제완 2021. 2. 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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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들에 보고서 제출
"국제선만 운영땐 비효율적
국내선 추가땐 15.8조원
군시설 이전 비용 포함해야"
해양 매립·대규모 산악 절취
환경 훼손·안전문제도 제기
특별법 강행에 사실상 반대
이낙연 대표(왼쪽), 김태년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이지후 가덕신공항시민추진단 상임대표에게 특별법 통과 촉구 서한을 받고 있다. [이승환 기자]
집권 여당이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강행하고 나선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신공항 사업비가 당초 7조5000억원이 아닌 28조6000억원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는 당초 가덕도신공항 사업비를 7조5000억원으로 추산했지만, 사업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계산을 잘못했다"며 예산이 이보다 20조원은 더 들어간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국토부는 아울러 가덕도 공항을 운용할 경우 여러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정치권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국토부가 사실상 반대하고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2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달 초 '가덕 공항 보고'란 제목의 보고서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제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부산시가 발표한 방안을 반박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먼저 부산시는 가덕도신공항에 국제선만 개항하고, 국내선은 김해공항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가정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환승객 이동 동선이 늘어나고 비효율적이어서 어렵다"며 "국제선만 도심 외곽으로 이전했던 도쿄, 몬트리올 등도 복수 공항 운영 실패 이후 통합 운영으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부산시 주장대로 가덕도신공항이 국제선으로만 운영된다고 해도 예산은 7조5000억원보다 훨씬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꼭 필요한 예산을 곳곳에서 누락해 산정했다는 게 국토부 측 시각이다. 이들은 "부산시 계획에는 공사비 증액분 누락과 접근교통시설 과소 건설 등의 문제가 있다"며 "공항공사와 전문가들이 예산을 재산정한 결과, 총 12조8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나아가 만약 가덕도신공항에 국제선과 국내선 활주로를 모두 건설하게 되면 예산이 15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가덕도신공항을 키우기 위해선 군 시설도 포함돼야 한다. 국토부는 국제선과 국내선은 물론 군 비행시설까지 포함해 공항을 짓게 되면 예산은 28조6000억원으로 급증한다고 봤다. 가덕도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부산시가 앞서 발표한 7조5000억원보다 예산이 20조원 넘게 소요되는 셈이다.

보고서에는 공사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적혀 있었다. 국토부는 "가덕도는 외해에 직접 노출돼 조류와 파도 등의 영향으로 공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상 매립 공사만 6년 이상 예상되고 태풍 피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심과 활주로 표고 등을 고려할 때 최대 106m 깊이에 1억4200만㎡ 규모의 매립이 필요하다"며 "이는 김해신공항 성토량의 8배"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활주로가 두 번 이상 외해에 노출돼 부등침하가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국토부는 "해양 매립으로 생물 다양성, 보호 대상, 해양생물 서식지 등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해양생태 1등급 지역이 훼손된다"며 "해상 매립에 필요한 토석 확보를 위해선 국수봉, 남산, 성포봉을 절취해야 한다. 이럴 경우 해식애(절벽) 등 1등급 생태자연 훼손도 불가피하다"고 적었다.

국토부는 보고서를 통해 가덕도신공항의 문제점을 내내 지적했고, 보고서에서 "공무원은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바, 적법한 사업 추진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것은 성실 의무 위반"이라고까지 적었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가덕도신공항을 급하게 밀어붙였지만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국토부의 보고로 인해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간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부산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국토부의 이 같은 보고서에 분개하는 분위기다. 특별법은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한다는 큰 틀의 합의일 뿐 추후 협상 과정에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것인데, 법도 통과되기 전에 비용 문제로 논란을 조장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게 부산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희수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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