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가장 잘 안다는 文 대통령의 개혁은 무엇이 한계였나 [뉴스+]

이도형 2021. 2. 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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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지금 정권 수뇌부 중에서 검찰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파동이 정점을 향해 달려갈 때, 여권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두 차례 민정수석을 역임한 부분을 짚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진보진영 정부에서 최장수 민정수석이기도 하다. 

그런 문 대통령의 재임 후반기, 정권과 검찰은 상당히 대립하고 있다.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부터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결국 정권 출범부터 예고된 대목이었다. 정작 현 정부의 검찰개혁은 ‘적폐청산’ 후 시작됐다. 정권의 검찰개혁 시도와 검찰의 정권 수뇌부 관련 수사가 어지러히 부딪힌다. 신 수석 사의를 둘러싼 파문은 정권과 검찰간 갈등이 끝나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정권과 검찰간 갈등 배경을 놓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선택으로 끝났던 검찰 수사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문 대통령도 여러 차례 당시 검찰 수사 비판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문 대통령이 검찰에 가지고 있는 인식을 온전히 설명해주진 못한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2년4개월에 달했던 문 대통령의 민정수석 경험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檢, 참여정부 개혁에 저항”…文의 인식 

“검찰은 참여정부 당시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적 중립, 자율성을 누렸으면서도 참여정부에 저항했다. 참여정부가 검찰개혁을 통해 검찰 권한을 제한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011년 공저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책은 참여정부 당시 검찰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참여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의 시각이 묻어나 있는 언급이다. 저자들은 책에서 참여정부 당시의 검찰의 행보에 대해 좋지 않게 평가하고 있다. 
2003년 3월9일 ‘검사와의 대화’에 출연한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 대통령이 자서전 ‘운명’에서 2003년 평검사와의 대화 당시를 회고한 대목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행사 준비를 총괄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평검사의 대화에 대해 “목불인견이었다. 젊은 검사들은 끊임없이 인사문제만 되풀이해 따지고 물었다”며 “인사 불만 외에 검찰개혁을 준비해 와 말한 검사는 없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가 일선 검사들 사이에 논의되고 있던 검찰 개혁 방안을 충분히 제기하도록 해 검찰개혁을 주제로 논의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지만, 실제로는 천편일률적인 ‘인사 불만’에 그쳤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검찰 태도를 썩 내켜하지 않았다. 2005년 서울중앙지검 평검사회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부정하는 성명을 냈는데, 참여정부 청와대는 징계를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당시를 “정말 괘씸해서 손을 보고 싶었고 문책을 하고 싶었다”면서 “평검사들의 행위를 우리가 문책하면 검찰과 정권이 갈등관계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회 법사위에서 사개추위가 만든 법안에서 발목을 잡을 것이 뻔히 예상됐다”고 말했다. 
2009년 4월30일 대검 중수부에 출석해 밤샘 조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튿날인 5월1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기 전 손을 들어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당시 변호인이던 문재인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를 회고하는 대목에 이르면, 문 대통령이 검찰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는 더 명확해진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해 “검찰과 언론이 한 통속이 돼 벌이는 여론재판과 마녀사냥은 견디기 힘든 수준이었다. 노 전 대통령을 아예 파렴치범으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집권 후반부에 시작된 ‘검찰개혁’…결국 文의 부담으로

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노 전 대통령과 우리는 검찰개혁의 출발선을 검찰의 ‘정치적 중립’으로 봤다”고 썼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검찰에 정치적 중립을 상당히 보장해줬다는 인식을 여러차례 보였다. 그렇게 정치적 중립을 보장했지만, 노 전 대통령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스스로 이를 무력화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시각이다.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시선에서 노 전 대통령 수사가 일정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전부라고 볼 수 없다.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과정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등 제도적 준비를 강조했다. 참여정부 때의 검찰개혁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것으로 검찰 스스로에게 맡길 수 없다는 인식이 묻어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5일 국회가 권력기관 개혁법안을 통과시키자 “한국 민주주의의 오랜 숙원이었던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드디어 완성되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월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과 검찰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던 지난해 1월,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수사권은 검찰에 있지만,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며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인식은 2011년 공저한 ‘검찰을 생각한다’ 책에 이미 드러난다. 책은 “아무리 사법업무에 종사한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원래 행정부 소속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검찰은 법무행정의 일부다”고 했다. 일각의 검찰의 준사법기관론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부정적인 의사를 보인다. 수사개시 및 기소 여부를 적극적, 능동적으로 결정하는 검찰은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의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책에 담겨있다. 결국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과 관련한 생각은 오래된 셈이다. 

문제는 여권의 검찰개혁이 집권 후반기에 시작되었다는 점에 있다. 집권 전반기인 2017년∼2018년,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 정권에 대한 수사,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했다. 현재 여당은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당시 ‘적폐청산’ 수사에서는 검찰의 직접수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현 정부는 검찰의 전 정권 수사가 마무리된 후인 2019년에 들어서 검찰개혁을 추진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을 둘러싼 수사를 시작했고, ‘조국 사태’가 이렇게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 정권과 검찰은 정권 관련 수사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여권은 당시 국회 상황에서 검찰개혁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20대 국회 전반기에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여당이지 않았기 때문에 법안 추진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80%를 유지 중이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은 민주당 법안에 우호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실제로 20대국회 후반기인 2019년말,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내 옛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도움을 얻어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법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방해만으로 법안통과가 지연되었다고 문제를 삼기에는 여당의 주장은 힘이 세지 못하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8년 ‘20대 국회 평가’ 보고서에서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몽니 앞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으로 끌려 다니며 어떠한 정치력도 보이지 못했다”고 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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