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안 놓고 "공영방송 죽여" "국민 못 믿나" 설전
[공영방송 지배구조 공청회] 천영식-민주당 의원들, 이사추천 국민위원회 도입놓고 신경전 "노조 장악 방송" 표현도 논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KBS MBC(방송문화진흥회) EBS 이사를 추천하기 위해 별도의 국민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의견진술인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추천 의견진술인으로 출석한 천영식 팬앤마이크 대표는 이 같은 민주당의 방송법 개정안을 공영방송을 죽이는 법이라며 폄훼해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천 대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던 인물이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한 방송지배구조 개선 공청회에서는 정청래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성중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한 방송법 개정안과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 등에 대해 의견진술인의 진술이 있었다.
공청회의 가장 큰 쟁점은 정필모 의원의 방송통신위원회법과 방송법 등 개정안에 포함된 '이사추천국민위원회' 구성 건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00명의 국민들로 구성된 이사추천국민위원회를 구성해 KBS, 방문진, EBS에 이사를 추천하도록 한 개정안이다.
이에 여당추천 의견진술인은 대체로 찬성을 야당추천 의견진술인은 반대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현재 정치권에서 이사 전체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민들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공영방송의 국민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사선임과 사장 선임에 국민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도 “국민에게 내가 관여해서 이사를 뽑을 수 있다는 효능감을, 수신료를 부담하고 있는데, '내게 해주는 게 뭐냐'는 박탈감을 충족시켜주는 것 아니냐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위촉하는 문제에 논란의 소지가 있으며, 공모방식과 추첨방식을 병행해 공정성 논란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영식 팬앤마이크 대표의 발언은 논란이 됐다. 천 대표는 사전 발제문에서 “국민추천방식은 본질을 흐리는 음모적 방식”이라며 “어떤 국민으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추천받느냐의 방법론으로 들어갈 경우 합의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천 대표는 “국민의 이름아래 내 입맛에 맞는 국민을 골라내기 위한 음모가 횡행할 것”이라며 “KBS 다수 노조와 시민단체들이 KBS 사장 선출 구조에 들어간다면, 이들이 항구적으로 영향력을 확보하는 길을 터놓는 나쁜 선례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천 대표는 이날 발언에서도 “공영방송 영원히 죽게 될지 모른다”며 “민주당 법안은 공영방송을 없애는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천 대표는 “위험한 개정안”이라며 “이사추천위원회라는 새로운 완장부대를 만드는 일이며, 방송이 권력형 시민단체의 먹잇감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도 여권 입맛에 맞게 사장을 뽑을 수 있는데 굳이 이런 조항을 만들겠 두는 것은 정권이 바뀌는 것을 우려한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100명의 이사추천위원회를 3년 임기의 상설기구로 운영하는 것은 그 역할에 비해 과도하다”며 “100명 위원 구성 역시 결국 방통위의 여야 안배 구조가 재반영될 수밖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여당이 이 같은 안을 제안한 이유를 두고 “인원을 많이 늘려놔야 의결파워를 늘리 수 있어서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황 교수는 박성중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의 법안처럼 국회 교섭단체가 KBS와 방문진 이사를 직접 추천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반박에 나섰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천영식 대표에게 “민주당 법안이 공영방송을 죽이는 법안이고, 노조가 정치적 좌편향된 조직원이라고 한 것은 주관적 정의”라며 “천 대표는 공청회 참여에 논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2016년 청와대 있지 않았느냐”며 “당시 여당은 ('특별다수제'등 야당의 방송법 개정안에) 왜 반대했느냐”고 따졌다.
천 대표는 “제가 핸들링 할 게 아니었다”며 “여당 의원에게 물어보라”고 해명했다.
한 의원은 지금 야당이 당시 천 대표를 KBS 이사로 추천했는데, 임기도 못채우고 정치권으로 나갔지 않느냐고도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이런 부분에서 설득할 논리를 만들자는 것이고,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자는 얘기를 해야지, 그런 주관적 정의를 내리면서 토론회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결국 답을 내야 한다”며 “그렇게 주관적 방식으로 정의하고 들어가면 합의를 할 수 없다. 공영방송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국민을 못믿고 법을 만들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천영식 대표는 “공영방송을 죽이는 법안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그런 방향으로 가면 안된다고 한 것”이라며 “그러다간 노영방송 시민단체 권력방송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인데, 그것을 주관적이라고 하면 과도한 말씀”이라고 했다. 그는 “그 정도도 말씀을 못하느냐”고 주장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력형 시민단체의 장악이 우려된다고 하는데, 그런 말할 수 있지만, 구성방식은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방식으로 일반 시민들이 무작위 추출돼 선정된다”며 “여기에 인구학적으로 지역과 연령, 성별 등을 배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 분들이 특정단체의 추천을 받는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행령에 어떻게 구성할지를 제대로 반영하면 그런 우려는 불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동준 공공미디어소장은 “이사추천위원회를 방통위 산하에 두는 것에 회의적 시각이 있다”면서도 “위원들의 결격사유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묵 교수도 “여러 논의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위원 규모를 꼭 100인으로 고집할 필요는 없다. 논의를 통해 합리적 숫자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천영식 대표는 “KBS의 이사구성은 과거 권력이 독점하던 것을 야당 이사가 들어갔다가 다시 정치판의 축소판이 돼 고치차는 것”이라며 “그런데, 다시 권력이 좌지우지하자는 것으로 생각하고 만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고치려면 권력의 힘을 더 빼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차라리 이사 구성을 20대 국회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처럼 7대6으로 하는게 낫다”고 주장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이 참여한 이사추천 위원회가 과연 정치적 취약성을 배제할 수 있는 구성이 가능할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원욱 과방위원장도 “국회가 여야로 나뉘어 진영논리로 싸움이 많고, 많은 과제 해결을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나마 많은 협상과정 통해 사회적 갈등 관련 법안 조금씩 양보해 통과하기도 한다”며 “자칫 시민단체가 보수와 진보쪽에서 위원회에 들어와 훨씬 더 갈등구조가 커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동준 소장은 “인원구조가 많아지면, 다양한 분야에서 담당하는 분들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이사추천은 정치권이 하기 때문에 이사들이 국민의 뜻 보다는 정치권의 뜻을 대의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양한 사람이 위원회에 모이면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희석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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