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전염병은 못 이겨"..'공포의 수도' 부에나벤투라에서 무슨 일이

윤기은 기자 2021. 2. 2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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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부에나벤투라는 콜롬비아 최대의 항구도시다. 인구 43만여명으로 서북부 태평양 연안에 위치했다. 이곳은 콜럼비아 마약의 상당수가 밀수돼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항구 도시로 악명이 높다. 무장 범죄조직의 총격과 살인이 끊임 없이 일어나 ‘공포의 수도’로 불린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 두려움에 떨며 살고 있는 주민들은 최근 거리로 나와 정부에 치안 유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부에나벤투라 주민들의 상황을 전했다. 취재진에 신원 보호를 요청한 모니카는 “언제 집 안으로 총알이 날라올지 몰라 밤에도 침대 밑에 들어가 숨는다”고 말했다.

무장 범죄조직이 3년전 남편을 납치했다는 나이베 안굴로는 무장 단체로부터 위협을 받아 남은 그의 가족들과 함께 살던 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도망갔다. 안굴로는 “코로나19를 이겨낼 수는 있지만 ‘폭력의 전염병’을 이겨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갱단 피해자의 치유를 돕는 극단을 운영하는 타티아나 앙굴로는 “이웃에 살던 십대 두 명과 골목에서 웃고 떠들며 놀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골목에서 아이들이 죽임 당했다”며 갱단의 소행을 고발했다.

무장 범죄조직은 조직에 저항하는 사람의 신체를 절단해 경고의 의미로 절단 부위를 길거리에 흩뜨려 놓기까지 했다고 한 주민은 증언했다. 이들은 9~10세 정도의 어린 아이들을 납치해 무장전투에 투입하고 성노예로 착취했다. 자신들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는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감시하기도 했다.

8만여명의 시민들은 무장 범죄조직의 보복을 두려워하면서도 도시의 평화를 위해 시위에 나섰다. 청년층을 주축으로 한 시위대는 지난 11일 평화를 의미하는 하얀색 옷을 입고 나와 인간띠를 만들었다. 래퍼인 레너드 렌테리아는 범죄조직의 폭력에 저항하는 의미로 부에나벤투라 주민들이 마주하는 폭력에 대해 가사를 만들어 랩을 불렀다.

시위 참가자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부에나벤투라에서 무장 범죄조직의 폭력에 반대하기 위해 ‘평화’를 의미하는 하얀색 옷을 입고 나와 인간띠를 만들고 있다. 부에나벤투라|AP연합뉴스


시민들과 지역 정치인들은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에 부에나벤투라에 방문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두케 대통령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는 무장 범죄조직의 횡포를 막기 위해 2016년 최대 무장단체인 콜롬비아무장혁명(FARC)과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아직도 콜롬비아 전역에서는 수많은 무장 범죄조직들이 마약 재배지와 수송 통로 놓고 치열한 영역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파나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리뇨주 투마코에 무장조직간 충돌이 네차례 발생해 민간인을 포함한 최소 11명이 숨졌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후안 파피에 미주 선임 연구원은 가디언에 “정부 보안군은 무장단체 지휘관을 체포하는 데에만 집중하지, 자금 제재 등 단체를 근본적으로 해체시키는 방법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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