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한국 동결자산 10억달러 받기로" 외교부 "미국과 협의 필요"

김윤나영 기자 2021. 2. 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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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란에 지난달 4일 나포된 한국케미호. 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한국 내 동결자금 이전에 대해 한국과 합의했고, 우선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돌려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이란 측과 동결자금 활용 방안에 대해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은 맞지만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해 해결된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의 제재로 한국의 은행에서 출금이 동결된 이란 자산을 풀어주는 데 동의했다”면서 “첫 번째 조치로 우리는 이란 중앙은행의 자산 10억달러를 돌려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을 돌려받기로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란 중앙은행이 한국 측에 필요한 돈 규모와 송금받을 은행을 통보하면 한국 측이 입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결 자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전날 테헤란의 한국대사관에서 유정현 대사를 만났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하면서 대금을 받지 못했다. 한국에서 동결된 이란 자금은 70억달러(약 7조7000억원)로 추산된다. 이란 타스님통신은 한국에서 돌려받은 자산은 코로나19 의약품과 의료장비 구입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날 보도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정현 주이란대사와 이란 중앙은행 총재 간 면담 시 이란 측이 우리 측이 제시한 방안에 대해 동의 의사를 표명하는 등 기본적인 의견 접근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실제 자금을 송금하려면 미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실제 동결 자금의 해제는 미국 등 유관국과의 협의를 통해 이뤄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결 자금 해제 문제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한국과 이란이 방식에 대해선 공감했다고 하더라도 당장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란이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못 박은 데는 이란의 다양한 정치적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미국과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재협상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란 언론들은 최근 미국이 JCPOA 협상에 복귀하려면 미국 정부가 “한국 내 동결 자금 일부를 풀어주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결 자금 해제 문제가 JCPOA 물꼬를 트기 위한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란은 오는 6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대선 전에 가시적인 제재 해제 성과가 간절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란이 지난달 4일 걸프 해역에서 한국 국적 상선인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것도 동결 자금 문제와 연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국적의 배를 나포함으로써 미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미국의 양해하에 한국 정부가 동결 자금 일부를 이란에 돌려준다면 한국 배 나포 문제 해결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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