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사라진 개구리 소년들.."실종 현장에 추모비 선다"

김윤호 2021. 2. 2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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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구니와 새 형상화한 '추모·기원비' 제작
개구리 소년 사건은 지난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 와룡산에 도롱뇽알을 잡으러 간 다섯 소년이 실종되면서 시작됐다. 사진은 1992년 3월 22일 열린 개구리 소년 찾기 캠페인의 모습. 연합뉴스

1991년 3월 26일 대구 성서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다니던 학생 다섯명이 와룡산에 올라갔다가 실종됐다. 도롱뇽 알을 줍겠다며 집 뒤로 돌아 산으로 향한 후 자취를 감췄다. 국내 3대 미제사건 중 하나로 '개구리소년 실종'으로 일컬어지는 이 사건이 다음 달 26일 30주년을 맞는다.

30년 전 사라진 다섯 소년을 추모하는 '추모비'가 사건 발생 현장에 세워진다. 대구시는 24일 "다음 달 26일까지 개구리소년 '추모비'를 대구 달서구 와룡산 인근에 설치한다"고 밝혔다. 실종 소년들을 추모하고, 더 나아가 어린이들의 안전을 소원하는 '추모·기원비' 성격을 더한 조형물이다.

개구리소년 추모.기원비. [사진 대구시]


추모·기원비는 가로 3.5m, 세로 1.3, 높이 2m 크기다. 화강석을 이용해 만들었다. 바구니에 담긴 꽃과 꽃바구니 옆에 앉은 새를 형상화해 제작됐다. 대구시 측은 "다섯 소년이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게 안겨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게 꽃바구니다. 새는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녔으면 한다는 뜻을 담은 디자인이다. 특히 새는 의자 형태로 제작해 유족들이 앉아 쉴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식을 잃고 큰 고통의 세월을 지낸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아이들이 안전한 대구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91년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은 소년들이 마지막으로 간 와룡산 일대를 중심으로 연 35만명의 인력을 투입해 수색했지만, 흔적을 찾지 못했다. 부모들은 자식들을 찾기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전국을 헤맸다. 언론에 호소하고, 전단도 전국적으로 배포했다. 개구리소년들을 주제로 한 노래와 영화가 제작될 만큼 국가적인 사건으로 떠올랐다.

그러다 11년 6개월이 지난 2002년 9월 26일. 마을에서 약 3.5㎞ 떨어진 와룡산 중턱 세방골에서 다섯명의 유골이 발견됐다. 유골 감식결과 두개골 손상 등의 흔적이 확인돼 타살당했다는 추정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고,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완성되면서 끝내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공소시효가 만료돼 범인을 검거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지만, 대구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수사팀은 계속 내사를 진행 중이다. 사건 관련 제보도 이어진다. 유족들도 포기하지 않고, 범인이 잡히기를 끝까지 기다리고 있다.

매년 3월 26일 개구리소년 실종 발생일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에선 소년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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