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합니다>공부도 운동도 잘하더니.. 일본서 글로벌 일꾼으로 당당한 삶

기자 2021. 2. 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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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서울올림픽이 열린 해에 태어난 우리 누나는 저보다 운동도 잘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오랫동안 병상에 계시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누나가 거의 1년 만에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국내기업에서 일하는 저는 전화기를 붙들고 떠들어댔는데, 누나는 영상회의로 일본어·영어를 번갈아 말하며 바이어들과 유창하게 소통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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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누나 도선아

88서울올림픽이 열린 해에 태어난 우리 누나는 저보다 운동도 잘했습니다. 학교 육상부로 시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고, 교내 축구대회에서 뛰기도 했죠. 이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해 학교 대표로 방송 퀴즈대회에 나가기도 했고 게임까지 잘했는데, 어린 저는 언제나 누나보다 잘하는 것 하나만이라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대학에서 이과를 전공한 누나는 취미로 일본어를 배웠습니다. 그저 재미로 배운 건 줄 알았는데, 회사를 관둔 누나가 갑자기 일본에 가서 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여행 삼아 몇 번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고 비행기 타면 두 시간 만에 갈 수 있는 가까운 나라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국에서 잘 살 수 있을지 가족들의 걱정이 컸습니다.

제가 첫 직장에 들어가서 받은 여름 휴가에 저는 자연스레 누나가 살고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인 아저씨와 한국인 아주머니 부부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을 도우며 전 세계 여행객들을 살갑게 맞이하던 누나의 모습을 보니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도 많이 사귀고 한국어 강사도 하면서 살던 누나는 어릴 적 알파걸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현지 학교에서 일본어를 더 배우고 얼마 뒤, 누나는 일본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반도체 관련 장비를 만드는 곳인데 지금껏 한국과 미국, 대만 기업에 수출하는 해외영업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고 서로의 일이 바빠지면서 만나는 일이 줄었지만, 지난해에 닥쳐온 코로나19로 누나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게 더욱 어려워지면서 연락도 뜸해졌습니다. 지난해 12월, 오랫동안 병상에 계시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누나가 거의 1년 만에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방역수칙에 따라 상중이면 14일 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천공항에서 검사를 받고 10시간 동안 기다리던 누나를 차로 데리러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니 어찌나 반갑던지요.

장례를 치르고 누나는 크리스마스까지 더 머물다 돌아갔습니다. 일본 회사도 재택근무가 보편화됐기에 한국 집에서 업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남매가 서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국내기업에서 일하는 저는 전화기를 붙들고 떠들어댔는데, 누나는 영상회의로 일본어·영어를 번갈아 말하며 바이어들과 유창하게 소통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면서 역시 누나는 어디 가서도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자랐지만 뭐든지 저보다 잘하고 훌륭했던 우리 누나, 외국살이가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을 텐데 내색하지 않고 잘 살고 있어서 자랑스럽습니다. 일본이 한국보다 바깥에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던데, 늘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좋은 자리가 나면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동생 도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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