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가 열차·버스 노선 시간표 정하던 시대 끝나.. 수요자 중심의 모빌리티 혁신중 [모빌리티 열전]

조병욱 2021. 2. 24. 10: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병욱 기자의 '모빌리티 열전'②,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
모빌리티 혁명,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 중
"자율주행 임시운행허가 130여대 대부분 차고지에.." 안타까워
"운전자들이 안심하고 운전대를 차에 맡기는 날 곧 올 것"
"자율주행은 일자리 뺏는 기술 아닌, 새로운 수요와 공급 창출"
애덤 스미스의 시장, 현재는 플랫폼이 그 기능 대체
 
“예전에는 모든 이동수단이 공급자가 열차, 버스 등의 노선과 정류장을 만들고 배차 간격을 정해 필요한 사람이 와서 타라는 식이었다. 이제는 수요자 중심으로 이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지난 2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급변하는 모빌리티 분야 변화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LGCNS와 현대자동차에서 모빌리티 분야를 연구해온 이 소장은 “모빌리티는 과거 공급자 중심의 이동 시스템에서 사용자 중심의 이동으로 변화”라고 요약했다. 이어 “트랜스포트(수송하다)는 타동사다. ‘이동시키다’는 의미로 공급자 중심의 말이다. 하지만 모빌리티는 수요자 중심이다. 과거에는 수요자가 어떤 수요를 가졌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이제는 개인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니 사용자의 이동수요에 대한 적극적 표현이 쉬워졌다”고 말했다.

그 예로 “이동수요에서 교통수단을 일반 중형 택시를 원하는지, 모범택시를 원하는지, 대형택시를 원하는지까지 선택할 수 있다”며 “여기에 내가 얼마를 지불할지에 대한 의사 표현까지 가능해져 비가 오고 눈이 오면 지불 의사를 높일 수도 있는 시대”라고 했다. 이 소장은 이 같은 수요자 중심의 이동변화가 최근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빌리티 혁신이 끌어낸 신성장 산업 분야가 있다. 바로 자율주행 기술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율주행기획팀장을 겸하고 있는 이 소장은 “국토교통부에서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130여대가 넘는 차 가운데 상당수는 주차장에 그대로 세워져 있다. 이 차들이 도로에서 더 많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자율주행차라고 하면 기대감을 보이거나 타보고 싶다는 분이 계시지만 다른 한쪽에는 불안하다거나 경험해보지 않아 무섭다는 분들도 많다”며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다니는 것을 자주 보여드려야 대중 수용성이 높아지고 시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8일 세종시에서 자율주행 택시(셔틀)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으로 전국에 이러한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는 셔틀처럼 정해진 정류장을 돌고 있는데 다음 달부터는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탑승객들의 이용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현재는 사람들이 자율주행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만 앞으로 기술이 더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면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이 소장은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센서인데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를 모두 사용하면 오히려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까지 먼저 보고 대응해 사람들이 신뢰하고 운전대를 맡기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은 이제 시작단계지만 양산차들이 도로에 늘어나기 시작하면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도 관측했다. “자율주행차 보급은 전기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에는 택시나 버스, 화물차, 도시 사이를 이어주는 운송 등 많은 모빌리티 분야에서 기존 차량이 자율주행차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미국은 피닉스 등 특정 지역에서 이미 운전자 개입 없이 자율주행 유상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도 자율주행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유상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기술에 자신이 있으며 얼마든지 시장에 들어오라고 정부가 선제로 문을 열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율주행차가 유상으로 운행할 수 있는 곳은 서울 상암동, 세종, 광주, 대구, 제주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된다.

자율주행차가 기존 사람이 하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이 소장은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카카오택시의 경우 소비자들이 큰 길가에 나가야 택시를 잡을 수 있던 것을 집에서도 탈 수 있게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했다”며 “결국 기존에는 택시를 타지 않았을 사람들의 새로운 수요와 공급을 창출해 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율주행이 일상화되면 새로운 수요와 공급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율주행은 아직 극초창기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앞으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회적인 논의를 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자율주행 기술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었던 계기는 자동차들의 전동화다. 테슬라의 독주로 보수적인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뒤늦게 전기차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그는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로 전환이 늦었던 이유가 이익 측면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전기차는 이미 10년, 20년 전부터 시도됐지만 이행이 느렸던 점은 기업 입장에서 이익이 적어서였다”며 “그러다 테슬라가 등장하고, 중국에서 전기차를 급속도로 보급하면서 주요 완성차들도 미룰 수 없는 시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앞으로 내연기관 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일제히 선언하고 있다”며 “문제는 기존 1·2차 밴더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에 많은 일자리가 달려 있는데 전기차로의 산업구조 개편이 사회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사회’(카모마일북스) 저자이기도 한 이 소장은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는 아직 기업들의 순위가 바뀌고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고, 하는 그런 기회가 없었다”며 “앞으로 혁신 기업들이 많이 나타나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가 자율주행차 개발해 서비스하는 것도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외 좋은 기술을 가진 자율주행 기업이 많이 있다. 이 기업들과 협업을 만들어가는 것도 결국 소비자들에게 연결해드리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시대의 플랫폼은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대신 한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과 수량을 정한다고 했지만 현재는 플랫폼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며 “그 안에 수요자와 공급자가 있다. 과거 머릿속에 있던 시장의 기능이 플랫폼을 통해 수요와 공급 곡선이 만난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난 지 2주쯤 지난 18일 카카오모빌리티는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억달러(약 2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플랫폼에서 모든 이동의 수요를 해결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실현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이 생각하는 모빌리티의 미래는 생각보다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성남=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제공

모빌리티 열전은? 이동성을 의미하는 ‘모빌리티’는 최근들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존 어리 영국 랭커스터대 교수의 논문을 보면 과거 단순한 교통수단을 의미하던 단어에서 이제는 그 기반이 되는 사회 시스템과 그에 관여하는 거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의미로 확장됐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제조국인 한국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가 태동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부터 모빌리티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이를 만들고 기획하는 사람과 기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