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폭력 사건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이라는 기준

2021. 2. 24. 10:1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 여성 A씨와 그 가족들이 다 같이 입을 맞추고는 "아랫집에 살던 60대 B씨가 작은 조카를 7개월 동안 다섯 차례 성폭행했다"라고 허위신고를 했다.

그러나 B씨의 무죄를 확신한 B씨 측 가족은 백방으로 노력해 그 성폭력 피해자라고 하는 '작은 조카'를 직접 만나서 간절히 호소한 끝에 '진범은 A씨의 남편'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찬성 포항공대 인권자문위원·변호사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인권자문위원)

(춘천=뉴스1) = 한 여성 A씨와 그 가족들이 다 같이 입을 맞추고는 “아랫집에 살던 60대 B씨가 작은 조카를 7개월 동안 다섯 차례 성폭행했다”라고 허위신고를 했다.

B씨는 “A씨의 조카가 누군지도 모른다”라고 강변했지만 법원은 A씨와 그 가족들의 잘 짜맞추어진 증언을 근거로 B씨에게 징역 6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B씨의 무죄를 확신한 B씨 측 가족은 백방으로 노력해 그 성폭력 피해자라고 하는 ‘작은 조카’를 직접 만나서 간절히 호소한 끝에 ‘진범은 A씨의 남편’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완전한 반전스토리의 결말은 B씨에 대한 항소심 무죄판결과 허위진술로 B씨를 무고한 A씨 가족들 각각에 대한 유죄판결.

피의자의 변호인으로서 경험했던 한 사건이 떠오른다. 성폭력 가해자로 몰렸던 사내는 다행히 불기소처분을 받기는 했지만 쉽지 않았던 사건이었다.

고소인이 얼토당토않은 말로 피의자에게 돈을 요구했던 점과, 특히 고소인이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했던 문서가 터무니없이 조작된 허위문서였음이 밝혀진 점이 주효했었다. 하지만 그 허위문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면?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피해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은 사실여부 인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판단기준으로 자리잡았다.

명백한 물증이 남을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사건의 고유한 특성상 불가피한 면이 있다.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는 일이 적지 않았으므로, 자신의 진술 이외에는 그 밖의 물적 증거 등이 없음을 잘 알면서도 피해자가 어렵사리 피해사실을 스스로 밝히고 있고 허위로 그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반론을 제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이라는 기준이 아주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하더라도, 오로지 이것만으로 언제나 어느 경우에나 그 진실함이 반드시 보장된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치밀하게 잘 짜여진 소설이나 각본은 일관성과 구체성을 전부 구현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 자체는 허구가 아니던가. 위 사례에서도 A씨의 작은 조카가 마음을 돌려 막판에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면 그 잘 짜여졌던 각본은 누가 보더라도 깜빡 속아 넘어갈 법한 아주 잘 짜여진 각본으로 언제까지나 그대로 남겨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법원은 허위진술의 동기나 이유의 존재여부를 논한다. 실제로 피의자수사에 입회해 보면 ‘그러면 지금 어떤 동기나 이유에서 고소인이 거짓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심지어 A씨의 조카가 누군지도 몰랐던 B씨가, A씨의 마음 속 숨은 동기와 이유를 과연 어림짐작이라도 해 볼 수 있었을까?

눈에 밟히는 점 하나 더. 억울하게 누명을 쓴 B씨의 가족은 실제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던 A씨의 작은 조카를 찾아나선 끝에 결국 진범이 B씨가 아니라는 실토를 듣게 됐다.

하지만 과연 필자가 B씨의 변호인이었다면 피해자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라고 그 가족에게 선뜻 권할 수 있었을까? ‘2차 피해’의 방지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지만, 그 방지를 위한 요청과 요구가 행여 어디에선가는 방어권의 정당한 행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 적은 없었을까?

통계수치로도 그렇거니와 필자가 직접 경험한 바로도 성폭력 사건에서 무고 건수가 그리 많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러나 무고에 해당할 만한 사건이 현실 속에 전혀 없는 것도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물적 증거나 목격자가 없더라도 진술을 근거로 하여 유죄인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무고행위는 사법제도에 대한 모든 문명적 신뢰를 땅바닥에 함부로 패대기치는 야만적 범죄다.

이는 수많은 진짜 피해자들의 상처에 또 한 번 소금을 뿌려대는 악행이기도 하다. 성폭력뿐만 아니라 무고범행에 대해서도 무관용원칙이 견지돼야 할 이유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