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간호사도 의료행위" vs 의료계 "무식한 소리" 의료법 갈등 '점입가경'

한승곤 입력 2021. 2. 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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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간호사 경미한 의료행위 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
의료계 일각 "의사-간호사 갈등 부추기나", "무식한 소리" 맹비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경기도 공공기관 3차 이전 추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백신 접종 차질을 운운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의료계를 겨냥해 "간호사에게 경미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허용하자"며 '간호사 백십 접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이 지사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예 '무식하다'는 원색적 비난도 터져 나왔다.

이 지사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주권국가에서 누구나 자기 이익을 주장할 수 있지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어기지 말아야 할 법이 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의협은 국민건강을 위해 국민이 부여한 특권을 국민생명을 위협해 부당한 사적 이익을 얻는 도구로 악용 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 백신 주사는 현행법상 의사만 할 수 있는데, 의협의 불법파업이 현실화되면 1380만 경기도민의 생명이 위험에 노출된다"며 "의협의 불법부당한 위협으로 정당한 입법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의사면허정지 추진과 동시에 긴급한 경우 간호사 등 일정자격 보유자들로 하여금 임시로 예방주사나 검체채취 등 경미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8월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대학의원 본관 앞에서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의사 가운을 탈의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에 대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무식한 소리"라며 "아나필락시스가 와서 불과 30분도 안되서 죽는 의료행위를 경미한 것이니까 간호사가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냐"며 맹비난했다.

또한 "어떤 간큰 간호사가 환자 죽으면 감옥에 가고 적어도 4-5억쯤 변호사비와 배상액이 드는 일을 한다느냐. 정부가 배상 할거라는데 민사보상까지 해주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료를 의사가 하니 당연히 진료권이 독점이 되는 것"이라면서 "그럼 무자격자 진료를 원하나. 의사들한테 오지말고 시민단체 한테 진료를 받으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의사가 그렇게 나쁜 집단인가요? 정치인들은 그동안 뭘 했습니까? 국민들과 의사들이 정말 착해서 잘 참아내고 있지 다른 나라 같았으면 벌써 몇번은 국민들이 정치인들 멱살 잡고 끌어 내렸을 겁니다. 참으로 한심한 인사입니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니 눈에 뵈는 것이 없나봅니다"라고 직격했다.

이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이 사실상 '간호사와 의사를 갈라치기'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이 지사가 '간호사 예방접종 허용'을 이야기했는데 이는 의료 직역 간 갈등 조장 행태로 당장 멈춰야 한다"며 "의료는 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 약사법에 따른 각 직역 간 업무 범위가 명확히 나눠져 있다. 의료법에 반하는 의사 대 간호사의 프레임을 통한 의료 직역 간 갈등 조장은 또 다른 사회적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회장은 "이재명 지사가 언급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위헌적인 의료인 면허 취소법에 대한 의료계의 지속적인 의견 개진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팔부 능선이라고 할 수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에 있다. 의료인들의 합리적인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아닌 이렇듯 궁지에 물린 13만 의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북 전주시가 23일 완산소방서와 함께 평화보건지소에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법 개정안이 의사 활동에 극심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의료협회(의협)는 지난 20일 전국시도의사회회장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의료법 개정안을 소위 '면허 강탈법'이라고 규정하며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면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국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지원,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지원등 국민의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의협 13만 회원에 극심한 반감을 일으켜,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의협은 의료법 수정안을 꺼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정안은 살인, 강도, 성폭행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시킬 수 있도록 했다. 대신 강력범죄가 아닌 범죄에 대해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도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없도록 했다.

앞서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의료법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의사는 5년 동안 면허가 취소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또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자는 의료면허를 취득할 수 없게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할 경우 면허취소 및 영구적으로 면허를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료행위 도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더라도 면허 취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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