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음 울려도 무시..북 민간인에 뚫린 수천억 '장비'
[앵커]
2천6백억 원 넘는 돈을 투자한 경계 과학화 시스템, 하지만 침투 훈련을 받지 않은 민간인조차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강화도에서 배수로가 뚫렸었는데, 이번에 배수로도 다시 뚫렸습니다. 아예 관리 목록에도 없었던 곳입니다.
이근평 기자입니다.
[기자]
탈북 남성의 움직임은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돼 감시병의 모니터에도 떴습니다.
레이더가 물체의 움직임을 포착하면 카메라가 이를 찍어 상황실에 정보를 보냅니다.
이때 상황실 모니터에는 카메라 위치 등을 알리는 팝업창이 뜹니다.
경보 장치에 소리와 불빛도 나타납니다.
감시병이 확인 버튼을 눌러야 팝업창이 종료됩니다.
탈북 남성이 해안 철책을 넘기 전 이 같은 경보는 4초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울렸습니다.
그러나 감시병은 상부에 보고하기는커녕 팝업창을 두 차례 모두 껐습니다.
바람 등 자연현상으로 잘못 경보가 울린 걸로 판단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입니다.
상황실 간부도 통화를 하고 있어 화면을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군은 2014년부터 16년까지 26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결국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군 당국자는 "운영 주체가 사람이다 보니 실수가 나온다"며 "AI 감시 장비를 도입해 이런 실수를 줄이겠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군 당국은 또다시 AI 감시장비 도입만 거론한 겁니다.
사전에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배수로도 경계에 구멍을 만들었습니다.
북한 남성이 이용한 배수로 등 3곳이 사단이 관리하는 목록에 미처 들어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군 당국은 지난해 7월 탈북민의 월북 사태 후 모든 배수로를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 됐습니다.
서욱 장관도 우리 군의 안일함을 인정했습니다.
[서욱/국방부 장관 : 위중하다고 판단했으면 금방 보고했을 텐데 상황을 아마 출퇴근하는 간부 정도로 생각을 해서 자기네들끼리 조치하려고 생각했던 것으로 판단합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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