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남성, 한겨울 바다서 6시간가량 수영해 귀순? 합참 발표에도 남는 의문점

김현주 2021. 2. 2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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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관계기관에서 합동정보조사하고 있다"
16일 새벽 강원 고성 지역 민간인통제선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 귀순남성으로 인해, 통일전망대 관광객 등 일반인들의 민통선 출입이 전면 차단됐다. 북한 남성은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들어와 민통선 소초 인근까지 도달했다. 연합뉴스
북한 남성이 지난 16일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상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참이 발표했지만,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합참은 23일 현장 조사 결과, 북한 남성이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관계기관에서 합동정보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오전 1시 5분께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리고 해안 철책 배수로를 통과해 민간인통제소(민통선) 소초 인근까지 이동했다.

사실 북한 남성의 '잠수복 귀순'과 관련, 어떻게 한겨울 수온이 낮은 바다로 6시간가량 헤엄을 쳐 월남할 수 있었는지에 이목이 쏠렸다.

합참은 월남 당시 해류가 북에서 남쪽으로 흘렀고, 귀순자가 어업에 종사했으며, 잠수복에 두꺼운 옷을 입어 부력이 생성했을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월남 당시 기상은 월광(달빛) 15%에 시정(가시거리)은 6㎞, 해류 방향은 북에서 남으로 0.2knot(0.37㎞/h) 속력이었고, 해수 온도는 6∼8도, 서풍이 10~13m/s로 강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남성이 6시간 정도 수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합참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합참은 이 남성의 옷차림을 볼 때 어느 정도 부력(물에 뜨려는 힘)이 생성됐고, 해류 방향으로 미뤄 충분히 수영해서 넘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북한 남성은 모자가 달린 패딩형 점퍼와 두꺼운 양말을 신고, 그 위로 잠수복을 입고 오리발을 착용했다. 잠수복은 얼굴 부분이 개방됐으나 손과 발까지 덮는 일체형으로 만들어졌다.

합참 관계자는 "패딩형 점퍼와 두꺼운 양말을 신어 체온 유지가 됐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잠수복 안에 두꺼운 옷을 입으면 어느 정도 부력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일 파도가 높았지만, 해류가 북에서 남쪽이었고 바다에 익숙한 귀순자 특성상 수영은 가능하다"며 "어업과 관련한 부업에 종사했고, 물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 어느 지역에서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입수했는지에 대해서는 북한내 가족 신변 보호 등을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다.

겨울철 동해 해류가 남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해군 해양정보단의 자료에 북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것으로 나온다"며 "나무나 부유물이 보통 북에서 남으로 흘러온다"고 답했다.

아울러 합참은 미 해군 잠수 교본을 근거로 수영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합참 관계자는 "미 해군 잠수 교본에는 수온 7도에서 5시간 정도 바다 활동이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면서 "충분히 수영이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 당국이 미 해군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해수 온도에 따른 생존 가능 시간' 자료를 보면 6시간가량 수영했다는 합참 설명에 의문이 들게 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방수복을 착용해도 해수 온도 8℃에서는 생존 가능 시간이 2시간 15분이다. 6℃일 때는 1시간 45분, 7℃라면 2시간에 불과하다.

더욱이 의식 지속 시간은 더욱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 온도 8℃에서는 방수복을 착용해도 의식 지속 시간은 45분 남짓이다.

미 공군 탐색구조사TF 자료에도 해수 온도 4∼10℃에서는 30∼60분이면 탈진 또는 의식불명 상태가 된다. 이 온도에서 최대 생존 가능 시간은 1∼3시간가량이다.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북한 남성의 정확한 신원과 직업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남성은 20대 초반으로만 알려졌고, 합참은 북한 내에서 정확히 어떤 직업에 종사했는지에 대해서는 합동정보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본업 이외 부업으로 어업 관련 일을 했고, 물에 익숙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동해선 철로 개통 시 만들어진 배수로를 몰랐다는 합참의 설명도 석연치 않다.

합참 관계자는 "동해선이 개통되면서 콘크리트 방벽을 쌓았고, 그 방벽 밑으로 배수로 3개를 설치했다"면서 "해안 쪽의 입구가 돌출되지 않고 벽면과 일체형이어서 위에서 내려다봐도 식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은 이 배수로 3곳을 관리목록에 넣지 않았다. 애초부터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해선 철로 공사 때 공병부대도 관여해 설계도가 있었는데도 부대가 이를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욱이 배수로 지름이 90㎝였는데도 이를 못 봤다는 설명은 석연치 않다.

합참 관계자는 "상당한 시간 전에 설치돼 있었는데 과거 부대가 교대하면서 인수인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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