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거취' 입 다문 文.. 박범계와 '불편한 동거' 언제까지
정치적 부담 커진 文 '국정안정' 방점
적절한 시점되면 申 교체 수순 관측
신 수석이 이날 정상 업무에 복귀했지만 문 대통령의 반응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도 분명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했는지,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을 임기 말까지 계속 데리고 쓰기로 결심했는지가 불투명하다.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거취를 문 대통령의 결심에 일임한 만큼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만 수석직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신 수석 간 ‘불편한 동거’가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신 수석은 휴가 기간 주변인들에게 박 장관을 평생 볼 일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정권 관련 수사,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추진, 윤석열 검찰총장 7월 퇴임 이후 추가 인사 등 박 장관과 신 수석이 또다시 충돌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파동이 봉합 국면에 들어서자 여당은 주춤했던 검찰개혁 작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여당은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들어내 별도 수사기관으로 옮기는 내용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 마련을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고 검찰을 압박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어 법무부나 행정안전부 등에 속하지 않는 별도 수사기관을 만들어 검찰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 범여권 의원 16명은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수사·기소 완전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를 열고 검찰을 ‘독재자’나 다름없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현재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올해부터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한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는 대다수 범죄가 6대 범죄에 포함돼 사실상 검경 수사권을 조정한 의미가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황 의원이 지난 8일 대표 발의한 중수청법은 기존 검경 외에 별도 수사기관을 설립한 뒤, 해당 기관에 6대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이관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현실화할 경우 검찰은 기소 및 공소유지 업무를 맡는 ‘공소청’ 기능만을 수행하게 된다.
이날 공청회 참석자들은 ‘검찰 힘 빼기’를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경희대 서보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수사권은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연대 오창익 국장은 “검찰개혁은 검찰이 지닌 무소불위의 권력을 쪼개고 민주적·시민적 통제 아래 둬야만 완수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민정수석비서관은 최근 진행된 검사장 인사를 두고 ‘창피하다’고 했는데, 그의 육성이 어떻게 언론에 버젓이 보도될 수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사의 파동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황 의원의 법안과 별도로 수사청 설치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특위는 이날 오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참여한 가운데 비공개회의를 열어 수사청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대해 당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전날 신 수석이 거취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임하기로 하자 검찰개혁 작업의 동력이 유지됐다고 보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청와대가 검찰개혁 작업의 속도 조절을 요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전해진 바는 없다”고 했다. 또 “‘검찰개혁 시즌2’는 당이 주도하는 사안이고 합의가 다 됐기에 조율 발표하는 단계만 남았다. 이번 논란이 큰 영향은 없다”고 했다.
이른바 ‘신현수(청와대 민정수석) 파동’을 놓고 여야가 24일 국회에서 또다시 열띤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의를 표명하고 휴가를 떠났던 신 수석이 업무에 복귀한 뒤 자신의 거취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태가 임시 봉합된 모양새이지만, 야당은 “검찰 인사 농단”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야당은 신 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요구했으나 신 수석은 출석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2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신 수석은 전날 운영위에 불출석 사유서를 보냈다. 사유서에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하는데,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민정수석이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민의힘은 국회 운영위에 신 수석을 불러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놓고 불거진 ‘문 대통령 패싱’ 등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이 보기 드문 일이라 신 수석의 불출석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운영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 수석이 안 나오더라도 유 비서실장을 상대로 집요하게 물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이번 사태를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신 수석의 사퇴 파동으로 대통령의 리더십이 크게 손상되고 국정 불신을 초래한 점에 대해 해명이나 사과 없이 애매하고 어정쩡하게 넘어가려는 것 같다”며 “신 수석의 결기가 작심삼일에 그치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요구대로 ‘우리 편’에 서기로 해서 투항한 건 아닌지 의아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 사람이 제대로 길목을 지키면 천 사람도 어찌할 수 없다’(一夫當逕 足懼千夫)는 난중일기의 구절을 인용해 “모든 공직자는 불의와 불법 방지에 직을 걸어야 한다”면서 “신 수석의 향후 행보와 처신을 잘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야는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박순영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놓고도 대립 중이다. 국회 행정안전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박 후보자 청문회를 내달 4일 열기로 결정했다.
이도형·배민영·김주영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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