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K뉴딜 일자리인데..단순반복 작업에 무늬만 디지털도

선담은 2021. 2. 24. 05: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 두가지 업무의 공통점은 정부가 지난해 '디지털 뉴딜' 계획의 일환으로 내놓은 청년 고용대책 일자리라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도 5만개의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년 노동시장도 'K자형 양극화']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 허실
일자리 질 천차만별 한계
"안정적 일자리 제공 위해
정부가 좀더 투자할 필요"
지난 10일 오후 코로나19로 휴관 중인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 전경. 연합뉴스

#1. 경제학을 전공한 20대 ㄱ씨는 지난해 하반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의료영상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코로나19로 취업을 포기하려고 했던 그는 요즘 회사의 인공지능 모델 개발 업무에 투입돼 머신러닝 분야 실무를 경험하고 있다. 비록 6개월의 계약직이지만, 회사에서 배운 게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 기업은 ㄱ씨에 이어 또 다른 인턴 2명을 모집 중이다.

#2. 서울의 한 온라인마케팅 기업은 지난 6일부터 ‘페이스북 게시물 및 업로드 직원’을 뽑는다. 28살(1994년생) 이하 여성만 지원할 수 있는 이 업무는 음식·패션·여행·동물 등 에스엔에스(SNS) 실시간 이슈 관련 게시물을 작성해 페이스북에 올리는 일이 전부다. 월 200만원을 받는 ‘정규직’인데, 이 회사 관계자는 “그냥 일반 이슈 글들을 작성하는 일”이라고 업무를 설명했다.

이 두가지 업무의 공통점은 정부가 지난해 ‘디지털 뉴딜’ 계획의 일환으로 내놓은 청년 고용대책 일자리라는 점이다. 둘 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에 속해 있지만 일자리의 질에는 차이가 있다. 첫째 사례는 단기 계약직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 수요가 높은 고숙련 기술 업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둘째 사례는 경력으로 내세우기 어려운 단순 업무에 그친다. 온라인마케팅 기업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디지털 일자리’로 분류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3차 추경예산을 투입해 민간부문의 청년 일자리 11만개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보기술(IT) 직무에 청년(15~34살)을 채용한 중소·중견기업에 월 최대 180만원(1인당)의 인건비를 6개월간 지원하는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6만명)과 청년을 단기 채용해 일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에 매달 최대 8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 일경험 지원 사업(5만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코로나19 2~3차 유행으로 기업들의 채용 여건이 나빠지면서 두 사업을 통해 실제 채용된 청년은 7만4천여명에 그쳤다. 정부는 올해도 5만개의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부가 약속한 만큼 일자리 창출이 안 된 것도 문제지만, 앞선 사례에서 보듯 인건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일자리의 질이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형태나 급여 수준과 별개로 청년 구직자가 숙련도를 쌓거나 업무경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단순작업 역시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의 이름으로 청년들에게 공급되고 있는 셈이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는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취업한 학생들을 보면, 초기에 지원한 경우 빅데이터 관련 직무 등 좋은 일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예산 소진이 목적이 되다 보니) 단순 생산관리직 등의 일자리가 많았다. 이렇게 나중에 취업한 학생들은 6개월 계약기간이 끝나면 회사에 더 머무르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청년들의 소득보전이나 근로의욕 유지 측면에서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의 성과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고용장려금이 들어오는 직접 일자리 사업의 경우 겉만 디지털로 포장된 일자리도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실제 비대면 기술 등 시장의 수요가 있는 곳에 생긴 일자리인지 등을 평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에 채용 지원금만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사회적으로 수요가 높은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과거 경제위기 때처럼 단기 일자리만 만들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새로 진출하는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좀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의료·돌봄 분야의 인력 수요가 높은데, 지금처럼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 두지 말고 전문성을 갖춘 안정적 일자리로 바꾸는 정책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