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블리 곰팡이 호박즙 잊었나, 건기식 맛들인 SNS '팔이피플'

배정원 2021. 2.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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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유산균'으로 검색하면 33만건 이상의 게시물이 나온다. 사진 인스타그램


국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이 5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배경에는 인스타그램 ‘팔이피플’도 한몫했다. 이는 ‘팔이’와 ‘사람’의 합성어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명세를 활용해 각종 물건을 파는 개인 판매자를 일컫는 속어다. 옷과 구두, 마스크팩·미용기기·육아용품을 주로 팔던 팔이피플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건기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건기식까지 손을 뻗친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패션·화장품 시장이 침체되면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약 20여만명의 팔로워를 지닌 한 인플루언서 A씨는 “지난해 집콕족이 늘면서 이너뷰티, 운동기구 등을 팔기 시작했는데, 현재 건기식이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주력 상품이 됐다”며 “성형 붓기 빼는데 좋은 호박즙을 시작으로 마누카꿀·유산균·어린이영양제·다이어트보조제·ABC주스·곡물가루·아르기닌 등을 팔았다”고 말했다.


“옷보다 건기식이 팔기쉬워”

건기식 구매 채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SNS 개인 판매자는 건기식이 옷보다 팔기 쉬운 상품이라고 말했다. A씨는 “주요 고객인 주부와 워킹맘 입장에서 패션·화장품은 사치재로 느껴질 수 있는데, 코로나 시국에 가족을 위한 영양제는 필수재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세일즈하기 편했다”며 “요즘 인스타그램 마켓 셀러 대부분이 영양제로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SNS 판매자는 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 인플루언서 혹은 자기계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2040세대 젊은 주부가 많다. 날씬한 몸매와 깨끗한 피부를 강조하며, 마치 명품백처럼 트렌디한 건기식 복용도 하나의 플렉스(성공이나 부를 과시하는 행위)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원치 않는 제품을 사는 사례도 있다는 점이다. 주부 박모(31)씨는 정기적으로 만나는 지인이 SNS 마켓에서 판매하는 영양제 세트를 강하게 권하자, 거절하지 못하고 사버렸다. 박씨는 “옷이나 화장품은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하거나 치장할 일이 없다는 식으로 방어했는데, 건강에 좋다는 영양제를 안 사겠다고 말하기 어려워 억지로 구매했다”며 “정가보다 싸게 산 거라고는 하지만 꾸준히 먹을지도 모르겠는데 10만원이나 주고 산 게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구입 뒤 1년 넘게 제품 못 받기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원조인 임블리가 2019년 판매한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사진 인스타그램

만약 제품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소비자 피해 구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환불이나 교환, AS 등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접수된 SNS 플랫폼 거래 관련 소비자 상담은 총 3960건이었다.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배송지연 및 미배송이 59.9%(2372건)로 가장 많았다. 특히 배송지연의 경우 구입일로부터 1년이 경과 되도록 제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2019년 인플루언서 판매의 원조 격인 임블리(본명 임지현)는 ‘곰팡이 호박즙’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전문가들은 건기식 등 먹거리를 SNS에서 구입할 경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소비자원 거래조사팀 송선덕 팀장은 “건기식은 식약처의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사업자의 통신판매업을 신고 여부, 허위·과대 광고 가능성, 추후에 문제가 생길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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