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장서 울컥한 美법무장관 후보자
22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상원 법사위의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 후보자 인준 청문회에서 질의에 나선 민주당 소속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똑같이 마리화나를 소지하고 있어도 흑인이 체포당할 확률은 백인보다 3~4배 높다”고 했다. 이에 갈런드 후보자는 “우리 사법 시스템에 차별적 대우가 존재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흑인과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것이 지금 내가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이 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자 부커 의원은 “당신의 포부에 대해 사석에서 내게 해줬던 얘기가 특히 내가 당신을 믿게 만들었다”며 “증오와 차별을 당했던 당신 가족의 역사를 얘기해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 갈런드는 “나의 가족은…”이라고 답변을 하려다 갑자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목이 메는 듯 3초 정도 침묵이 이어졌다. 40년 넘는 법조 경력을 토대로 시종일관 유려하게 논리적 답변을 이어가던 그가 감정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잠시 후 갈런드는 “내 조부모님은 반(反)유대주의와 처형을 피해 도망쳤다”고 했다. 다시 4초쯤 침묵이 흐른 후 그는 울컥한 목소리로 “이 나라가 우리를 받아들여줬다. 그리고 보호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나라에 (은혜를) 갚아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 이것(법무장관)은 그러기 위해 내가 지닌 기량을 최고로 또 최선으로 이용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의 조부모는 제정 러시아 시대의 유대인 대학살(포그롬)을 피해 20세기 초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민했다.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뒤 검사·판사로 근무한 갈런드는 당파색이 옅은 원칙적 판사로 양당에서 모두 신망을 얻고 있는 인물이다. 민주당 소속인 빌 클린턴 대통령 지명으로 1997년 워싱턴DC 연방 항소법원장이 될 때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찬성 76, 반대 23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6년 3월 그를 연방대법관에 지명했을 때는 상황이 달랐다.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 성향의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별세로 생긴 공석을 채우는 것을 상원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인준 절차를 아예 개시하지 않았고, 갈런드는 293일간 대법관 후보자로 있다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다시 워싱턴DC 항소법원으로 돌아갔다. 그런 갈런드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법무장관으로 기용하는 것에는 공화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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