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은 무조건 순종? 관심 원하는 관종입니다"

최연진 기자 2021. 2. 24.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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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로 국회 출입 허가 받은 김예지 국회의원의 안내견 '조이'
"상임위 장시간 회의 땐 옆에서 쿨쿨.. 보좌관이 아니라 상전이랍니다"

사무실을 벗어나 야외에서 사진을 한 장 찍어보자고 했다. 쫄래쫄래 따라온 조이(남·5)가 제법 의젓하게 포즈를 취했다. 그러더니 사무실에 들어와선 별안간 몸을 툴툴 털며 짜증을 부렸다. 조이의 친구이자 보호자인 국민의힘 김예지(41) 의원에게 ‘멍멍이 중에 유일하게 국회에 출입하는 보좌진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니에요, 쟤 상전이에요. 어떤 보좌진이 저렇게 짜증을 내겠어요?”라며 크게 웃었다.

지난달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자신의 안내견 조이를 안고 있다. 김 의원은 ‘퍼스트 어셈블리 도그’인 조이에 대해 “평소 사람들을 좋아하는 활발한 친구”라고 소개했다. /이덕훈 기자

지난달 국회 의원회관에서 ‘퍼스트 어셈블리 도그’ 2년 차인 조이를 만났다. 김 의원의 안내견인 조이는 사상 최초로 국회 본회의장 출입을 허가받았다. 래브라도레트리버종으로, 안내견 ‘명문학교’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출신의 ‘엘리트’다. 그러나 하네스(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서로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연결한 조끼 같은 장비)를 벗으면 어린아이같이 천진하게 사방팔방을 뛰어다녔다. “안내견이라고 하면 ‘무조건 순종’을 떠올릴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천방지축이 따로 없다니까요.” 김 의원은 조이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좋아하는 ‘관종’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뷰하는 내내 얼굴을 들이밀며 관심받는 것을 좋아했다.

조이의 하루는 곧 김 의원의 하루다. 아침에 함께 국회로 출근하고, 퇴근 역시 함께한다. 다만 김 의원이 책상에 앉아 의정 활동을 하는 동안엔 조이에게 ‘꿀 같은 휴식’이 찾아온다.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라 잠깐 놀다가 딴짓을 하기도 하고, 손님이 찾아오면 반가워서 꼬리 치며 달려가기도 해요.”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 회의장에서 장시간 회의를 할 때에는 옆에서 ‘쿨쿨’ 잔다. 김 의원의 생방송 인터뷰에서도 조이가 옆에서 엎드려 자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김 의원은 “조이 입장에선 저를 안내하는 게 자기 일이고, 제가 일할 땐 자기가 쉬는 게 당연할 것”이라고 했다.

조이에게 국회 일이 힘들지는 않을까. “전혀요. 훨씬 편해졌을걸요.” 김 의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김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기 전에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는 일이 많았다. 관용차를 타고 다니는 지금은 신경 쓸 일이 훨씬 줄어든 셈이다.

지금은 조이가 국회를 누비는 게 당연하지만, 불과 9개월 전만 해도 조이가 국회를 출입할 수 있느냐가 논란이었다. 이전까지는 안내견이 국회 본청을 출입한 적이 없었다. 김 의원은 “논란이 될 게 아닌데 논란이 됐다. 사람들이 조이를 단순히 ‘개’라고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조이는 저를 안내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거예요. 조이가 하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면 조이의 출입은 당연하죠. 안내견을 보고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바로 떠올릴 수 있게 인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여전히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도 숱하다. 업무 중인 조이를 만지거나,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거나, 간식을 주는 것이다. “예뻐서 그러는 것은 당연히 알지만, 잘못하면 시각장애인이 크게 다칠 수 있어요.” 김 의원은 사람들이 조이의 ‘근무지 이탈’을 유도해선 안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조이는 개인 팬이 많다. 이름이 새겨진 스웨터를 보내준 사람도 있었고, 손 편지로 조이의 국회 생활을 응원해준 사람도 있었다. “저한테 보낸 선물이면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고민했을 텐데, 조이한테 보내주신 거니까 조이가 받았어요. 하하.” 김 의원은 ‘조이가 인기가 너무 많아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거 없어요. 조이 덕분에 변화의 계기가 만들어져서 정말 좋아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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