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51] 여수 새조개 삼합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1. 2. 24.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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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새조개 삼합구이. 새조개에 키조개 관자와 돼지고기 혹은 소고기를 더하고, 겨울철 대표 채소 시금치를 올린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전남 여수 넙너리에 닿은 배가 조가비가 노란 조개들을 내린다. 가막만에서 막 건져온 새조개들이다. 가막만은 여수 반도 끝에 있는 내만이다. 신월항 넙너리와 가깝다. 그곳은 물 좋은 새조개를 구할 수도 있고, 맛볼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새조개는 겨울에 시작해 2월에 맛이 최고에 이른다. 여수 가막만은 일제강점기에도 새조개로 유명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 일본으로 수출했다. 지금 여수는 새조개 철이다.

수심이 깊지 않은 10m 내외의 펄이 발달한 곳이 새조개가 자라기 좋은 곳이다. 새조개는 배로 조개그물(형망)을 끌어서 잡는다. 달콤하고 부드러워 일찍부터 초밥 재료로 이용한 명품 조개다. ‘자산어보'에는 ‘조가비가 참새 빛깔이며 무늬도 참새 털과 비슷해 참새가 변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조가비를 열고 이동하기 위해 내놓은 발이 꼭 새의 부리를 닮아 ‘갈매기 조개'나 ‘오리 조개'라고 했다. 새조개는 값이 비싸 어장에 유생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면 주민들은 불침번을 서며 어장을 지켰다. 어민들은 삼 년에 한 번만 제대로 새조개가 어장에 오면 그간 진 빚을 모두 갚는다 해서 ‘로또 조개’라고 한다. 비쌀 때 조개 하나에 7000~8000원이나 되기도 한다. 바다에서 새조개를 긁어 올리면 바지선에서 온전한 것, 조가비가 깨진 것, 크고 작은 것 등을 나눈다. 온종일 흔들리는 바지선에 쪼그리고 앉아서 선별한다. 각각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새조개는 꼬막과 달리 껍데기도 얇고 오래 보관하기도 힘들다. 싱싱할 때 회로 먹을 수 있지만, 주로 데침, 무침과 구이로 많이 먹는다. 특히 여수에서는 삼합 구이<<b>사진>가 유명하다. 새조개 삼합은 키조개 관자와 돼지고기 혹은 소고기를 더한다. 여기에 겨울철 대표 채소 시금치를 올린다. 주인을 잘 만나면 굴이나 낙지 등을 얻을 수 있다. 몸값이 비싸니 새조개만으로 배를 채우려면 호주머니가 가벼워진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새조개가 나오는 철에 맛이 좋은 키조개와 육고기다. 주인공이 그렇듯 새조개는 가장 늦게 올려서 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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