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72] 무군(無君) 친압(親狎)은 누가 하나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1. 2. 24.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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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군(無君)은 임금을 없다고 여기고서 업신여기는 것이니 왕조시대라면 당연히 최악의 불충(不忠)에 해당해 삼족(三族)을 멸하는 형벌을 받았다. 친압(親狎)이란 사사롭게 친하다고 해서 막 대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한 몇몇 행위는 분명 친압에 해당한다. 물론 둘 다 군주정 시대의 용어니 민주정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그렇긴 해도 대통령과 반대되는 진영이 하는 가혹한 대통령 비판은 간혹 대통령을 옹호하는 진영에서 “선을 넘지 말라”는 지적을 받곤 한다. 이는 1987년 민주정이 본격 시작된 이래 최근까지도 보아온 장면이다. 오히려 무군이나 친압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지만 사실상 그러한 일은 같은 진영 안에서는 일어날 수 있다. 이는 각 진영의 기강(紀綱)과 직결되는 문제다.

얼마 전 유승민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아스트라제네카 1번 접종을 대통령부터 받으시라”고 하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21일 이를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이자 모독”이라고 맞받아쳤다. 한술 더 떠 “국가원수가 실험 대상인가? 국가원수는 건강과 일정이 국가 기밀이고 보안 사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궤변이다. 다른 나라 지도자들은 앞장서 접종받고 있다.

정작 정 의원의 이 말에 기분이 크게 상할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어야 한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한 달 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솔선수범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니 정 의원의 도를 넘는 참견을 접했으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대통령 자신은 “저 사람 왜 저리 분수 넘치게 온갖 문제에 끼어드나”라는 반응을 그에게 살짝이라도 전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주제넘은 참견이야말로 임금이 없다고 여기는 것[無君]이고 막 대하는 것[親狎]이기 때문이다.

기강 차원에서 보자면 민정수석이 어떤 문제로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것보다 더 심각한 누수(漏水)는 다름 아닌 정 의원 같은 여당 사람들의 무군 친압 행위라 하겠다.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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