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CCTV 8회 찍히고 경보 2회 울려도 3시간 몰랐다

北 헤엄 귀순, 軍의 부실대응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북한 남성 귀순 사건에서 군이 감시 및 경계용 카메라(CCTV)에 10차례 포착됐는데도 8번이나 놓치고 두 차례의 경고음을 무시한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경계 실패는 물론 늑장 대응 등 군의 작전 대응 태세에서도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당시 군은 북한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뒤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소초까지 이동해 식별될 때까지 3시간 11분 동안이나 모르고 있었고, 소초에서 포착된 지 31분 만에야 주요 직위자에게 전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감시 장비에서 북한 남성을 처음으로 확인한 뒤 실제 신병을 확보하는 데에도 약 3시간이나 걸렸다.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2사단 해안 귀순(추정) 관련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합참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이날 북한에서 남측으로 흐르는 해류를 따라 해상으로 내려온 뒤 오전 1시 5분쯤 강원 고성 지역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1시 40~50분 해안 철책 배수로를 통과한 후 남쪽으로 이동했다. 합참 조사 결과 해당 부대는 배수로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은 “미상 인원(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 수색 간에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를 식별했다”며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북한 남성 통과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작년 7월 탈북민 김모씨가 인천 강화도 월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이후 일선 부대에 수문 및 배수로 일제 점검을 지시했다. 하지만 22사단은 이런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국방위의 서욱 국방장관 서욱(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북한 남성은 이날 1시 5분에서 1시 38분 사이 감시카메라 4대에 5회 포착됐고 상황실 모니터에서 경보음 또한 두 차례 울렸지만 보고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감시병이 강한 바람 등에 의한 오작동 경보음으로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오전 4시 12~14분 동해안 최전방에 있는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북한 남성이 3회 포착됐으나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고, 위병소 근무자도 알아채지 못했다. 오전 4시 16~18분 민통선 소초 CCTV에 2회 포착됐을 때에야 근무자가 식별하고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늑장 보고 및 상황 조치가 이뤄졌다. 민통선 소초에서 오전 4시 16분쯤 첫 식별을 하고 31분이 지난 4시 47분에야 고속 상황 전파 체계로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전파했기 때문이다. 22사단장에게는 식별 34분 뒤에야 보고됐다. 서욱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답변에서 “감시병이 (북한 남성을) 출퇴근하는 (우리 군) 간부 정도로 상황을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동해 北 남성 귀순 상황과 군의 부실 대응.

합참은 “북한 남성을 최초 식별한 후 22사단과 8군단의 초기 상황 판단 때 엄중한 상황임에도 안일하게 대응했고, 상황 조치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는 등 작전 수행이 미흡했다”고 문제를 시인했다.

이날 합참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북한 남성이 배수구 40여 개 중 훼손된 해당 배수구를 어떻게 곧바로 찾아내 들어왔는지 의문이다. 또 사단장은 물론 합참의장, 국방장관에게까지 보고가 지연되고 국방장관에게 보고된 뒤인 이날 오전 6시 35분에 ‘진돗개 하나’가 발령된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군은 북한 남성이 식별된 뒤 22사단장에게는 이날 오전 4시 50분, 합참의장에게는 5시 57분, 국방 장관에게 6시 10분 각각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이날 국방위에서 “장관이 진돗개 발령을 지시했느냐”고 질의한 데 대해 서 장관은 “엄중하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대응하라고 했다”면서도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