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료 검찰에 내라” 트럼프 턱밑까지 온 수사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1. 2. 23. 2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퇴임 한달만에 검찰 수사 급물살
보수 대법원, 뉴욕 검찰에 트럼프 납세 기록 확보 허용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퇴임 직전 백악관에서 전용 헬기 마린원에 오르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그는 퇴임 한 달여 만에 탈세와 금융 사기 혐의로 전방위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탈세 등 비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그의 퇴임 한 달 만에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22일(현지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이 8년치 납세와 세금 환급 기록을 검찰에 제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뉴욕주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2019년부터 트럼프의 납세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트럼프는 대통령 면책특권 등을 내세워 이를 불허하라는 소송을 내며 버텨왔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모두 검찰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마저 하급심 판결을 보류해달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기각한 것이다. 트럼프가 집권 기간에 대법관 구성을 ‘보수 6, 진보 3′의 보수 우위 구도로 바꿔놓았지만, 대법원도 검찰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결정 이유는 따로 공표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주요 수사와 소송.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그간 구설에 오른 트럼프의 재산 축적 방식과 탈세 혐의에 대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평가다. 미국에선 주요 정치인과 대선 후보, 대통령 등의 납세와 세금 환급 기록을 매년 공개하게 돼 있고, 탈세를 중범죄로 처벌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납세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임기 내내 검찰·법원과 싸워가며 이를 감춰왔다.

미 연방대법원이 22일(현지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납세 의혹 수사용 자료를 뉴욕 검찰에 넘기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트럼프 정권에서 보수 대법관 6명, 진보 3명으로 완전 보수 우위가 됐지만 이번에 검찰 손을 들어줬다. 워싱턴 DC의 대법원은 지난달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철조망과 펜스로 둘러쳐져 있다.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맨해튼 지검은 2016년부터 트럼프가 대선을 앞두고 성관계를 맺었던 포르노 배우와 모델에게 입막음용으로 수십만달러를 지급했다는 혐의를 수사하다가, 트럼프 재단의 탈세·금융 사기 의혹의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해왔다. 이미 관련 대배심(영미권에서 일반 시민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을 꾸려 소환장을 발부할 정도로 수사가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와 회계 감사가 조여오자 2019년 트럼프는 주소지를 고향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옮겼다.

미 연방대법원이 22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납세와 세금 환급 기록을 검찰이 확보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소송을 기각했다. 이날 트럼프 가문의 탈세 금융 사기 의혹의 핵심인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호텔 앞을 시민들이 비를 맞으며 지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금까지 확인된 트럼프 의혹의 큰 윤곽은 ‘세금을 내야 할 땐 부동산 등 자산 가치를 축소 신고하고, 은행 대출이나 보험 가입 땐 자산 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재단 운영으로 발생한 수익의 상당 부분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문서를 위조해 탈세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딸 이방카가 수익을 배당받고도 경영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바꾸는 식이다. 이번 수사는 트럼프는 물론 그의 장·차남과 장녀 등 가족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가 트럼프의 납세 기록 일부를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억만장자인 트럼프는 최소 10년간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으며 2017년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750달러(약 87만원)를 냈다. 이미 납부했던 소득세의 75%는 ‘사업이 망했다’ ‘부채가 소득을 상쇄했다’면서 환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득세 스캔들만으로도 트럼프는 최소 1억달러(약 1100억원)의 추징금을 내야 하고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트럼프 가문 탈세 수사를 벌여온 뉴욕 맨해튼 지검의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 지검장.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이었던 사이러스 밴스 전 장관의 아들이다.

맨해튼 지검은 대법원 결정에 따라 뉴욕 세무 당국에서 트럼프 재단의 납세·세금 환급 내역은 물론 은행·보험사와의 재무 거래 기록 수백만 건을 곧 넘겨받게 된다. 수십명의 수사팀을 동원해 탈세 증거를 뒤질 전망이다. 금융 중심지 월스트리트를 끼고 있는 맨해튼 지검은 연방검찰 뉴욕 남부지검과 함께 화이트칼라 범죄 수사로 정평이 나있다. 만약 트럼프가 기소되면 미 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된다.

트럼프는 이날 성명을 내 “대법원이 민주당 검찰의 마구잡이 수사에 손을 들어줬다”며 “나는 2020년 대선에서 이겼다.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에 맞서 계속 싸우겠다”고 했다. 워싱턴 정계에선 그가 이번 수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치를 계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오는 28일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퇴임 후 첫 연설을 갖고 “내가 2024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라며 당 장악에 나설 것이라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