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은 변화·혁신 원하는데..야권, 후보 단일화에만 너무 매몰"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윤호우 논설위원 2021. 2. 23. 21: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

[경향신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9일 여의도 ‘희망22’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있다가 2000년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였던 여의도연구소의 소장으로 발탁돼 정계로 나왔다.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내리 4선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현역 의원 기간 중 한나라당 최고위원·국회 국방위원장·새누리당 원내대표·바른정당 대표 등을 맡았다. 2017년 대선에서는 바른정당 후보로 출마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63)의 페이스북이 요즘 뜨거워졌다. 차기 대권주자 중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페북을 통해 잇달아 논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국회 앞에 있는 ‘희망22’ 사무실에서 지난 19일 유 전 의원을 만났다. 희망22는 유 전 의원의 대선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다. 유 전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서울시민이 원하는 것은 당의 변화와 혁신이어서 야권 후보 단일화만으로 승리하기에는 서울시장 선거가 간단한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야권 지지율 1위인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만약 정치를 시작해 국민의힘에 들어오든 제3지대에 있든 따로따로 대선에 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야권 단일화를 강조했다. 단일화에 대해 유 전 의원은 “윤 총장을 설득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 지난해 11월 ‘희망22’라는 사무실을 열었는데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

“사무실에서 첫 토론회를 11월16일 가졌다. 그런데 바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와서 12월부터는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물론 소규모다. 당 밖의 전문가들과 대선 공약을 다듬고 경제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보궐선거 이후 출간하려고 한다. 국회에 있지 않으니 의원이나 원외 위원장 같은 분들을 만나고 있다.”

4월 보궐선거

단일화는 충분조건 아닌 필요조건
총선 때도 자유한국당과 합치고 져
룰 핑계로 무산시키긴 어려울 것

- 4월 보궐선거를 어떻게 전망하나.

“야권 후보 단일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일화는 국민의힘이 이기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총선 때 자유한국당과 합쳤어도 졌는데, 이번 서울시장도 마찬가지다. 단일화한다고 이기는 선거라면 얼마나 간단하겠나. 단일화하면서 서울시민들이 민주당 후보보다 야권 후보가 서울시장을 맡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단일화에만 너무 매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서울시민이 원하는 것은 변화와 혁신이다. 이런 것에 대해 당이든 우리 후보든 너무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서울시장 선거가 간단한 것 같지는 않다.”

- 국민의힘 후보를 먼저 뽑아야 하고 이후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가 보기에는 단일화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있다. 여론조사 룰을 놓고 어느 쪽에서 핑계를 잡아서 단일화를 거부하거나 무산시키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다. 나는 될 거라고 본다. 다만 저는 국민의힘 소속으로서, 2번 단 후보가 (본선에) 나가길 바란다. 안철수 후보가 만약 이긴다면 4번(국민의당 후보)을 달고 나갈 것이냐, 그건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해 총선 참패 후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와서 수도권·중도층에 어필을 하고, 보수적인 중심을 가지면서 진보 쪽에서 이야기하는 것 중에 바람직하다는 정책을 받아들인 것은 높이 평가한다. 아쉬운 것은 김종인 비대위가 들어서서 젊은 층에 우리가 얼마나 확장을 했나, 그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을 것 같다. 가장 아쉬운 것은 총선이 끝나고 정당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변화와 혁신을 했어야 한다. 오히려 변화가 덜 된 것 아니냐. 왜 덜 됐나. 그분 리더십이 혼자 개인 차원에서 말로 끝내버린 것이 많다. 의원과 위원장·당원과 소통하면서 당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실천까지 책임지는 리더십이 되었으면 지금 당은 더 변했을 것이다.”

- 5월 이후 비대위 체제가 끝나고 차기 지도부가 구성돼야 하는데 어떤 성격의 전당대회가 되어야 하나.

“당의 변화와 혁신을 보여줄 수 있는 리더십이냐가 중요하다. 그다음에 정권교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리더십이냐가 중요하다. 세번째로는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중도보수 쪽에 거론되는 대선 후보가 있으면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경선관리를 해줄 수 있는 분이 있어야 한다. 중도보수에서 국민들이 괜찮게 생각하는 후보들은 전부 끌어안아서 큰 링에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힘 중심으로 하되, 그분들이 원하는 경선룰을 다 들어주면서 바깥에 있는 분들을 다 끌어들일 리더십이면 좋겠다. 저는 기본적으로 당내에서 인물(대표)을 찾아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도는 자격·자질 반영 못해
추·윤 갈등에 사람들 환호하지만
시간 흘러가면 국민들 냉정 되찾아
어느 당·세력에 맡길지 결정할 것

-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후보 중 1위를 차지한다. 윤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윤 총장에 대한 국민 지지가 높게 유지되면 가능성이 높고, 지지가 꺼져버리면 본인이 출마를 접을 수도 있다. 이거야말로 정치인의 발심 문제라고 생각한다. 본인 스스로 진짜 정치해야겠다면 내가 왜 정치를 시작하려 하고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발심이 있어야 한다.”

- 윤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외부에서는 제3지대, 제3당 이야기가 나온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 임기를 마치고 당장은 국민의힘에 들어오지 않으려 할 것이다. 끝까지 안 들어올 수도 있다. 어떻든 제3후보가 국민의힘과 따로따로 (대선에) 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리더십이 보수를 다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 총장이 정치하겠다고 하면, 저나 당의 입장에서는 같이하자고 할 것이다. 국민에게 누가 더 좋은 후보인지 공정한 방법으로 평가받으면 된다. 이 정권을 교체하고 잘해볼 생각으로 하는 것 아니냐며 윤 총장을 설득할 용의가 있다. 거부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윤 총장에게는 우리가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윤 총장이 출마하면 단일화든 당내 후보 경선에서든 상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윤 총장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를 할 수 있나.

“윤 총장은 야권 후보 중에서 지지도가 잘 나온다. 저는 아직까지 고전하고 있다. 여론조사상 지지도는 대통령의 자격·자질, 이런 것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지도는 대중적인 인기다. 윤 총장의 경우 오는 7월에 물러나면 경선으로 따지면 3~4개월 전까지 검사 신분으로 있는 셈이다. 저는 2000년 2월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와서 국회의원을 하고 정치를 많이 해봤다. 제 강점은 종합적인 국정정책능력이다. 그중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요해질 경제·복지·일자리, 이런 데 관한 정책능력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추·윤 갈등 당시에 사람들이 환호해서 윤 총장을 지지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국민들이 냉정을 되찾을 것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어느 당, 어느 정치세력 후보에게 맡겨야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느냐를 볼 것이다.”

리더십과 시대정신

김종인, 혼잣말로 끝내는 것 많아
이재명의 기본소득 공정하지 못해
보수도 이젠 자유만 말하면 안 돼
경제·복지·주택 등 희망줘야

- 여당에서 거론되는 후보들 중 이 지사에 대해서는 특히 비판적이다.

“페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비판을 많이 해왔는데, 이 지사가 저의 페북 글을 비판한 적이 있다. 이 지사와 일자리·고용 때문에 SNS에서 한 차례 논쟁이 있었다. 저는 이 지사가 이야기하는 기본소득이 해답이 되느냐, 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 이후 사회복지라는 큰 틀을 어떻게 할 거냐와 직결된 문제다. K양극화에서 복지제도는 기존의 복지에 비해 그만큼 사회안전망이 더 튼튼해져야 한다. 어려운 분들을 두껍게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 지사는 ‘재정 문제가 없다, 기존 복지를 그대로 하면서 얹어주면 된다’고 한다. 그러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이 지사와 기본소득을 포함, 코로나 이후 경제정책에 대해 연말연초에 방송사에서 연락 오면 TV든 라디오든 토론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성사되지 않았다.”

-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때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부담 중복지’를 이야기했다. 대다수 국민이 복지 수준을 올리는 것은 찬성하지만, 중부담은 결국 증세를 말한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제목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었다. 정치인들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해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어 못하는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금이다. 세금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그때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비겁한 것이다. 늘어나는 복지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정치인이 자꾸 미래부채인 국채에 가져다 놓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저부담 중복지다. 나중에 저부담 고복지가 되면 국가채무만 올라간다. 증세처럼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것은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세금을 많이 낼 생각도 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세금 내는 납세자들이 동의를 해줘야 한다. 납세자가 세금을 낼 용의가 있고 세금을 내려면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국민과 야당, 국회를 대상으로 이 복지를 5년간 제 임기 내에 하려면 이 정도 재원이 필요하다, 국가채무로 넘기면 저는 편하지만 그래 가지고는 미래가 감당 못한다고 말해야 한다. 세금을 올리는데 국민들에게 동의해주세요라고 해야 한다.”

-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당내 강경보수파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경제와 안보를 유능하게 하는 것이 우리 보수이다. 강경보수라는 분을 보면 꼭 자유를 이야기한다. 진보라는 분들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공정·정의·평등을 이야기한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헌법가치와 자유를 빼고 정의·평등·복지·환경·여성·장애인·인권 등 모든 어젠다를 진보에 뺏겼다. 그런데 막상 정권을 잡으니 딴짓을 했다. 이런 가치를 왜 진보진영에 뺏겨야 하나. 그래서 보수는 변해야 한다. 그걸 안 하다가 이 모양이 된 것이다. 우리의 본래 영역인 경제·안보에서는 훨씬 더 유능해야 한다. 훨씬 유능해야 국민이 기회를 줄 거다. 보수의 변화에 대해 그분들을 설득할 것이다. 제 정치적 본거지는 대구·경북이다. 그분들은 탄핵 때문에 저한테 앙금이 남아 있다.”

-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결국은 경제다. 이 사무실을 ‘희망22’로 이름 붙인 것은 대선이 2022년에 치러지고, 희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에 대한 절망과 불안이 있다. 결국 경제를 어떻게 튼튼하게 지켜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 이후에 K양극화로 인해 복지에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는데, 어떻게 현명하게 복지정책을 펼칠지도 중요하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보면 주택 가지고 정말 난리다. 다음 정권에서 대통령이 명운을 걸고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 ”

- 공정과 정의 이슈는 어떻게 보나.

“많은 분들이 공정·정의가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 단어는 문재인 정부가 너무나 타락시켜 버렸다. 2017년 대선에서 저는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세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저는 여전히 공정·정의·평등, 이런 가치에 대해 보수가 외눈박이처럼 자유만 말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희망을 되찾기 위해 경제·복지·주택·공정·통합, 이런 숙제들을 생각하고 있다. 이 지사는 공정이 시대적 가치라고 한다. 기본소득부터 공정하지 못하다. 이낙연 대표는 위기 극복을 이야기한다. 코로나 이후에 경제위기 극복을 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맞긴 하지만 국민이 좌절하고 꿈을 잃고 희망을 잃어 버렸는데, 몇 가지 국정의 키(열쇠)가 되는 것을 잘해서 희망을 되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윤호우 논설위원 hou@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