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녀에 홀려 빨려들어간 초록빛 신세계

이혜인 기자 2021. 2. 2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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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위키드'

[경향신문]

지난 16일부터 공연 중인 뮤지컬 <위키드>의 한 장면. 클립서비스 제공
물 흐르는 듯한 54번의 장면, 350벌의 화려한 의상
8년 만에 무대서 재회한 ‘옥정페어’…

무대 정중앙에 놓여있는 커다란 시계와 톱니바퀴, 그사이로 에메랄드빛이 쏟아져 나온다. 날개 달린 원숭이들이 무대 벽을 타고 기어오르고, 초록마녀와 금발마녀가 노래한다. 뮤지컬 <위키드>를 보는 그 순간만큼은, 코로나19를 잊고 초록빛 신세계로 빨려들어간다.

브로드웨이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가 돌아왔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으로 16개국에서 6000만명이 관람했다. 한국판은 2012년, 201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공연으로 지난 16일부터 서울 한남동의 블루스퀘어홀에서 공연 중이다.

<오즈의 마법사> 원작은 도로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위키드>는 마녀 두 명이 주축이 돼 끌어간다. 나쁜 마녀로 알려졌던 초록 마녀 엘파바는 사실은 똑똑하고 정의롭다. 착한 금발의 마녀로 알려졌던 글린다는 허영심이 좀 많고 정이 흘러넘치는 귀여운 성격이다. 두 사람은 대학에서 처음 만나 우정을 키워가는데, 엘파바가 모함을 받아 나쁜 마녀로 몰리는 위기를 겪어내며 두 사람의 우정이 완성된다. 작품은 두 여성의 연대와 우정을 그리는 성장 스토리다.

5년 만에 돌아온 브로드웨이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의 출연진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키드>를 보고 있으면 마치 무척이나 화려한 놀이동산 야간개장 한복판에 들어와있는 것 같다. 2시간50분(인터미션 포함)의 공연 시간 동안 무대장치가 계속해서 바뀐다. 54번의 장면 전환은 단 한 번의 암전도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된다.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배우들의 의상은 무려 총 350벌이나 되는데, 글린다가 입는 버블 드레스는 무게가 20㎏이나 나갈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돼있다.

이번 공연은 <위키드> 전 공연을 통틀어 가장 완벽한 배우 라인업으로 화제가 됐다. 엘파바 역에는 초연 당시 큰 사랑을 받았던 옥주현과 ‘보이스 오브 코리아’ 우승자로 가창력을 이미 인정받은 손승연이 캐스팅됐다. 글린다 역에는 <위키드> 전 시즌에 참여하며 ‘날 때부터 글린다’라는 평을 받았던 정선아와 나하나가 합류했다. 특히 8년 만에 <위키드> 무대에서 만나는 ‘옥정페어’(옥주현·정선아)는 관객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위키드>의 가장 유명한 넘버인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나)’는 압도적이다. 극중에서 엘파바는 자신을 모함하는 나쁜 마법사와 온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다짐한 후에 하늘 위로 날아오르며 ‘디파잉 그래비티’를 부른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돼있는 시기에, ‘디파잉 그래비티’가 주는 메시지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배우 옥주현은 23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매달려있는 채로 아무렇지 않은 듯 노래하고, 대사량이 많아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작품 안에는 수많은 생각과 던져줄 수 있는 질문들이 많다”며 “한 역할이 주는 메시지가 이렇게 깊고 특별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유명한 넘버인 ‘파퓰러(Popular)’를 부르는 배우 정선아는 “보시는 분들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공연장을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퐁당퐁당(한 자리 띄어앉기) 비어있는 빈 좌석까지 채우고 에너지를 더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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