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이 된 기후변화..피하거나 맞서는 법

배문규 기자 2021. 2. 2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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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제시하는 책들 잇단 출간

[경향신문]

전 세계가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으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극단적인 날씨는 일상이 됐다. 그 어느 때보다 기후변화 문제가 주목받고 있으며,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기후위기 해법을 제시하는 주목할 만한 책들이 출간됐다.

■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신기후체제에서
정치가 해야 할 일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우리 시대를 ‘신기후체제(New Climatic Regime)’라고 선언한다. 기후위기뿐 아니라 심화하는 불평등, 대규모 규제완화, 악몽이 되어가는 세계화가 얽혀 있는 위기다. 책은 영국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통과되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쓰였다. ‘트럼프주의’로 대표되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존재는 기후위기가 지정학적 이슈면서, 불평등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1980년대 이후 탈규제와 복지국가의 해체, 2000년대 이후 나타난 기후변화의 부정, 무엇보다 40년 동안 급격하게 증가한 불평등을 하나로 꿰어 볼 수 있는 이유다.

과학기술학(STS) 개척자 중 한 명인 라투르는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으로 유명하다. 이 이론에선 과학과 기술을 연결망 구축의 산물로 보는데, 인간만이 아니라 다양한 비인간(생물, 기계, 텍스트 등) 역시 연결망의 행위자로 본다.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하지 않는 관점을 라투르는 지구로 확장한다. 근대인들이 바라보는 지구는 푸르고 동그란 암석덩어리이다. 그런 관점으로만 바라보면 지구 시스템이 인간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영영 깨달을 수 없다. 지구를 ‘행성’이 아닌 ‘대지’로 감각해야 한다. 책에서 ‘착륙하라’고 말하는 이유다. 인간을 자연과 분리해 초월적 존재로 보는 근대적 관점은 기후위기 원인이 됐지만, 지구에 속한 자연의 일부로 보는 관점은 신기후체제에 맞설 중요한 인식이 될 수 있다.

책에선 지난 50년간의 정치 지형을 살펴보며 ‘로컬’과 ‘글로벌’이라는 도식으로 설명한다. 라투르의 학문적 궤적을 담은 책 메시지를 이해하려면 정독이 필요하다. 신기후체제에 맞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인식을 전환하라는 메시지는 선명하다. “우리는 땅으로 내려와야 한다. 어딘가에 착륙해야 한다.” 책은 우리가 어디에 착륙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지도’다.

■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2050년 탄소제로까지
필요한 기술과 혁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지난 10년간 몰두한 주제는 기후변화였다. 책 메시지는 간명하다. ‘인류가 매년 배출하는 510억t의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순 제로’ 달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한다.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한 ‘액션플랜’이다. 핵심 전략은 ‘그린 프리미엄(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에 드는 추가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책에선 태양광과 풍력 등 이미 적용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기술을 소개하고,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해가 항상 떠 있는 것은 아니기에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데 필요한 혁신을 설명한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시멘트를 만든다거나 석탄 대신 깨끗한 전기로 강철을 만드는 기술 등이다. 각 분야에서 어떻게 그린 프리미엄을 낮추는 혁신이 가능한지를 촘촘하게 논증한다.

정작 네댓 쪽에 불과한 원자력발전에 대한 언급만 입말에 올랐다. 게이츠는 원전이 대규모 생산이 가능하며 유일하게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에너지원이라고 긍정한다. 폐기물 처리 문제와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위험 역시 인정한다. 그는 자신이 창업한 ‘테라 파워’의 차세대 원자로가 위험을 극복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 핵발전 사고의 압도적 위험성과 수만년 동안 방사능을 띠는 폐기물 때문에 원전이 대안이 될 수 없는 현실을 짚을 수밖에 없다. 이미 재생에너지에 기술과 투자가 집중되면서 시장 흐름이 옮겨가는 것도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게이츠는 서문에서 스스로를 “기술 찬양론자”라고 밝힌다.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이런 태도는 분명 필요하다”는 그의 말이 기술만능주의로 읽혀서는 안 될 것이다.

■ 극단의 도시들

지구 재난의 최전선
가장 위험한 곳, 도시

기후변화가 도시에 가져올 위험을 경고하는 책이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도시의 승리’가 선언되기도 했지만, 기후변화로 가장 큰 혼란을 겪게 될 장소이기도 하다.

대다수 인류를 수용하고 온실가스를 대기에 가장 많이 배출하면서 해수면 상승과 강력한 폭풍에 노출되어 있는 도시야말로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놓여 있으며, 도시의 자연적 취약성은 사회적 불의에 의해 고조된다고 말한다. 인류가 앞으로 닥칠 위기에 잘 견디는 것은 전적으로 도시가 인종·계급·젠더의 격차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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